전체 글 6238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의 홍콩 탄압, 그 배경엔 '광저우의 불안'

광둥성 82건, 허난성 76건, 산둥성 46건, 저장성 36건.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중국의 주요 지역에서 일어난 노동쟁의 건수다. 홍콩 이공대 봉쇄에 시선이 쏠려 있던 18일 광둥성 선전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을 달라는 택배기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엔 윈난성 쿤밍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을 달라고 항의했다. 12일 간쑤성 란저우 택시기사 수백명의 파업, 13일 선전 제조업체 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들의 연좌시위, 15일 안후이성 추저우 보온병 공장 노동자들과 16일 광저우 판위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지급요구 시위 등등 이달 들어서만 51건이 일어났다. 중국의 숨겨진 노동쟁의들 홍콩인들의 저항을 세계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지만, 진짜로 알려지지 않은 건 중국에서 일어나는 노동쟁의들이다. 중국 언..

넷플릭스에 항의한 폴란드, 씁쓸한 뒷맛

폴란드와 넷플릭스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발단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웃의 악마(The Devil Next Door)’라는 다큐멘터리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들이 ‘폴란드의 수용소’로 표시됐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공포의 이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시리즈는 미국 클리블랜드에 살던 한 노인이 1986년 돌연 기소돼 이스라엘 법정에 끌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이웃집 할아버지인 줄만 알았던 노인은 사실은 유대인들이 대량학살당한 트레블링카 수용소의 나치 부역자였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법정에 나와 ‘수용소의 도살자’였던 노인의 과거 범죄를 증언한다. 엇갈리는 증언, 이리저리 꼬인 기억들, 복잡한 기록들이 교차하면서 70여년전의 진..

[구정은의 '수상한 GPS']영국은 돌변, 필리핀은 걱정…홍콩을 보는 세계

홍콩 시위가 몇 달 째 계속되고 있고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중국의 강경대응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연대 집회’가 열리고 있으나 각국 정부들은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독일은 이 와중에 인민해방군 훈련 지원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해, 홍콩 청년지도자 조슈아 웡이 독일 언론에 공개 비판하는 일까지 있었다. 홍콩 문제를 대하는 반응은 각국이 중국 혹은 홍콩과 맺고 있는 관계를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양비론’ 펼친 유엔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세계에 재갈을 물리고 있고, 각국은 베이징의 눈치만 본다. 예전 아시아·중남미의 민주화 시위 때와 달리 이번엔 각국 정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단적인 것이 유엔의 태도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8월 성명에서 “시위와..

홍콩 고등법원 “합법 시위에 복면금지법 적용은 위헌”

홍콩 법원이 시위대의 거센 반발을 샀던 ‘복면금지법’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홍콩 고등법원은 18일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홍콩 행정당국은 지난달 5일부터 시위대가 마스크를 쓸 수 없도록 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위대는 경찰의 검거에 맞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나 가면 등을 착용해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폭력이 고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 법을 도입했고, 복면금지법을 어긴 시위자는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367명에 이른다. 하지만 복면금지법은 더 큰 반발을 ..

[구정은의 '수상한 GPS']"체제 전복" VS "미국에 죽음을" 갈등 커지는 이란

레바논, 이라크에 이어 이란까지 반정부 시위가 번졌다. 휘발유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2009년 대선 부정선거 항의 시위 이래 10년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다. 레바논과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도 사실상 ‘반이란 시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개입해온 이란이 안팎에서 역풍을 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란 100여개 도시에서 휘발유값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단은 지난 15일 정부가 휘발유값을 50% 인상하고 한달 구매 상한을 60ℓ로 정한 것이었다. 이란은 세계 5위 안에 드는 석유·천연가스 보유국이지만 오랜 제재로 정유시설이 낙후해 늘 에너지난에 시달린다. 소셜미디어 차단에 대량 사망..

뉴질랜드, 내년 세계 최초 '안락사 합법화 국민투표'…시민과 의회의 엇갈린 의견

뉴질랜드가 내년에 안락사를 합법화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늘고 고령화가 진행중인 세계에서 ‘존엄한 죽음’, ‘죽을 권리’는 매우 논쟁적인 이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법안이 통과됐거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뉴질랜드가 처음이다.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들은 13일 오후(현지시간) 국회에서 ‘생명종식 선택법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여러 정당들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이 각자 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결과는 찬성 69표 대 반대 51표였고, 안락사 합법화 문제는 내년 국민투표에서 최종 결정되게 됐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안락사를 택하려는 사람은 질환의 말기에 이르러 의사가 ‘6개월 시한부 생존’ 판단을 내린 상태여야 하고, ..

[뉴스 깊이보기]IS 전투원들 '송환' 시작한 터키…유럽 '비상'

2014년 8월 미국 기자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무참히 살해됐다. 이라크·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IS는 그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잔혹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미국 못잖게 충격을 받은 곳은 영국이었다. 인질에게 흉기를 겨눈 검은 복면의 무장조직원이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성전의 전사들을 가리키는 지하디스트에서 따온 ‘지하디 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하디 존은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모함메드 엠와지라는 당시 26세의 청년으로 드러났다. 영국 출신 조직원들이 인질 학대와 살해를 도맡아 IS 안에서 ‘비틀스’라 불렸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지하디 존은 이듬해 미군 공격에 사망했지만 유럽은 IS 지망자들 때문에 곤경을 치러야 했다.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벨..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번엔 블룸버그? 워싱턴부터 트럼프까지, 미국의 부자 정치인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경선 구도가 꼬여버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후보 경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만일 블룸버그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3조원의 재산을 가진 74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58조원을 가진 78세 블룸버그가 맞붙을 판이다. 미국 언론들이 시니컬하게 표현한 것처럼 ‘늙고 돈 많은 백인 남성(old, rich white guy)’들의 대결장이 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와 지지층이 겹칠 수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비상이 걸렸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다른 당내 경쟁자들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샌더스의 캠페인매니저 파이즈 샤키르는 지지자들에게 “또다른 억만장자가 나타나 선거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이 미국이 ..

[구정은의 '수상한 GPS']'실탄 진압'…중국 공안 개입설, 홍콩 사태 어디로

홍콩 시위대 1명이 추락사한 데 이어,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까지 발사했다. 30년 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참사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세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 유혈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진다. 페북에 생중계 된 홍콩 경찰 실탄 발사 장면 홍콩 경찰이 무방비 상태의 시민들을 상대로 실탄을 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중계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말과는 너무 다른 반민주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홍콩 경찰의 이런 강경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베이징이 강경 대응 방침을 결정한 이후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기도..

[구정은의 '수상한 GPS']'홍콩 문제' 떠안은 한정 상무위원, 경제통합으로 실마리 찾을까

2019.11.06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5일 홍콩과 마카오를 총괄하는 중국 최고위 지도자 한정(韓正) 상무위원과 만났다. 공산당 지도부의 ‘경제통’인 한 상무위원을 만난 직후, 캐리 람 행정장관은 광둥·홍콩·마카오를 묶는 거대 광역 경제권 조성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시위 사태의 기저에 깔린 홍콩 경제 사정에 대한 불만을 ‘경제로 풀겠다’는 공산당의 뜻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경진압 속에서도 홍콩의 시위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 반중·친중 시위대의 충돌과 시위대·정치인에 대한 공격사건이 잇따르면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홍콩 문제로 공산당 지도부 안에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홍콩 업무를 담당하는 한 상무위원에 불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