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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핀란드 강타한 아동 성학대 동영상

동영상 파일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부 아동을 상대로 한 성학대와 폭력이 담긴 것들이었다. 피해자는 모두 6~15세의 남자아이들이었다. 파일들은 온라인에서 조직적, 상업적으로 유통됐다. 파일을 만들어 퍼뜨린 사람들을 잡아 조사해보니 거대한 ‘포르노 네트워크’의 일부였음이 드러났다. 핀란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북유럽의 복지국가’는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웃이 아이들을 노렸다 지난달 27일, 핀란드 경찰청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학대와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국민 5명을 검거하고 이들로부터 성학대 동영상 제작 장비들과 파일을 무더기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일레(Yle)에 따르면 경찰은 주범 1명의 집에서만 전자장비 138개와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 96테라바이트 분량의 ..

[기협 칼럼] 불편해져라 민감해져라

‘미투’가 뜨거운 이슈였던 지난해, 기획시리즈의 하나로 ‘남성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글이었다. 그 뒤 1년, 더 나아진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 대신 버닝썬과 연예인들의 불법촬영이 사회를 달군다. 버닝썬 클럽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술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한다니. 하지만 이 뉴스의 ‘밸류’를 평가하는 데에서 확실히 여성과 남성의 체감도는 다른 것 같다. 언론은 어떤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매체는 일련의 사건을 놓고 피해자들을 찾아낸다며 2차 가해를 하고, 또 어떤 쪽에서는 성범죄 보도의 원칙을 가다듬는다. 소셜미디어에는 사건의 흐름 못잖게 보도 행태를 주시하는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대립 혹은 공생’ 엘리자베스 워런과 페이스북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이 지난해 말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대권 레이스의 시동을 걸었다. 워런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살찐 고양이’로 불리는 월스트리트 자본 규제를 외쳐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워런은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테크 자이언트’들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워런의 광고를 일시 삭제하며 ‘소셜미디어 권력’으로 맞섰다. 그러나 뒤이은 보도는 워런 대 테크 자이언트들의 싸움이라는, 드러난 구도와는 사뭇 다른 사실들을 보여줬다. 워런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소속된 이들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의 한 축이 된 소셜미디어, 선거자금과 슬로건의 괴리, 현실 정치에 뛰어..

모리스 마이스너,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조너선 스펜스의 을 트레바리에서 함께 읽었는데 워낙 오랜만에 다시 편 것이라 내용조차 가물가물했다. 스펜서의 책들에 빠져 지냈던 때 이후로 중국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기는 했는데 아주 실용적인 독서였던지라(예를 들면 시진핑에 대한 책이나 같은)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책꽂이에 스펜스의 책들과 함께 꽂혀 있던 모리스 마이스너의 (김수영 옮김. 이산)를 펴들었다. 이 책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오빠가 읽던 것이다.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군데군데 은색 펜으로 줄 쳐놓은 것을 보니, 주황색 싸구려 색연필로 쫙쫙 긋는 나와는 스타일이 어쩜 이런 것에서도 이렇게 다를까 싶어 살짝 웃음이 나왔다. 밑줄 그은 부분들로 미뤄, 북리뷰를 써야 해서 훑어봤던 게 아니었나 싶다. 지식이 되..

딸기네 책방 2019.03.11

트럼프가 '폐기'하기로 한 '드론 피해 보고서'

얼마전 기사. 트럼프 정부, CIA 대테러전 도중 사망 민간인 집계 보고서 작성 의무화 폐기…왜?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행정명령으로 시행한 CIA의 대테러전 도중 민간인 피해 보고서 작성 의무화를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쟁지역 외곽에서 대테러전 일환으로 벌이는 전투기·드론 공습의 빈도,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현황이 담겼다. 드론을 이용한 CIA의 전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해 전, 오바마 정부 시절에 썼던 글. CIA가 군대로? 미국 '군정복합체'의 탄생 아프간과 이라크를 상대로 한 두 차례 대테러전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반군들과의 싸움이 지지부진 계속됐지요. 특히 아프간 탈레..

배리 로페즈, '북극을 꿈꾸다'

언젠가 어디선가 챙겨놓았던 책. 읽고 있던 책이 좀 많이 어려운 것이었기에, 겨울이 가는 것을 기념하면서 뭔가 낭만적인(!) 것을 한 권 꺼내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어든 것이 이 책, 배리 로페즈의 (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몇 장 읽기도 전에, 봄날의책이라는 이 출판사의 팬이 되기로 결심. 몇년 안 됐는데 앞표지 안쪽 색지가 덜렁덜렁. 제본상태 빼고는 모든 것이 넘나 마음에 든다. 내용도, 표지도, 번역도, 책의 질감도, 띠지나 앞뒤 날개 없는 깔끔한 형태도. 덕택에(?) 저자 소개나 역자 소개 '따위'는 없다. 하지만 글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책. 여름이면 평원은 개빙구역과 바다가 되고, 하늘 아래 갈색의 섬 툰드라가 된다. 하지만 이곳엔 놀랍고 황홀한 광경들도 있다. 캐나다 툰드라의..

딸기네 책방 2019.03.09

[구정은의 ‘수상한 GPS’]프랑스 기습한 네덜란드···에어프랑스 놓고 벌어진 ‘항공전’  

네덜란드 정부가 에어프랑스-KLM 주식을 매입해 프랑스 정부와 비슷한 1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프랑스-네덜란드 기업이 합쳐져 탄생한 이 거대 항공회사의 미래를 놓고, 양국 간 ‘항공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면에는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네덜란드의 불신, 프랑스의 ‘오만함’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기습당한 프랑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에어프랑스-KLM 지분을 14% 갖게 됐으며 이는 시가 7억4400만유로 어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2004년 프랑스 항공회사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의 KLM이 합병한 이후 15년이 됐지만 프랑스의 지분은 14.3%인데 반해, 그동안 네덜란드 지분은 한참 못 미쳤다. 네덜란드 정부가 보유해온 것은 KML 지분 5..

[구정은의 ‘수상한 GPS’]시리아에 남을 미군 200명, 사막에서 무얼 할까  

“200명은 남겨 두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 ‘승리’했다면서 시리아에 들어가 있던 미군을 모두 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모두 철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자 한걸음 후퇴했습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이 시리아에 미군 200명 정도를 잔류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했습니다. ‘200명 잔류’ 계획은 그 통화 직후에 발표됐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유지를 위한 200명가량의 소규모 그룹이 당분간 시리아에 남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당분간’이 얼마 동안일지, 어디에 남아 무슨 일을 하게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

[구정은의 '수상한 GPS']'영국판 광주학살' 런던데리, 브렉시트 이후의 미래는

런던데리.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벨파스트 다음으로 큰 도시다. 이웃한 아일랜드까지 포함하면 아일랜드 섬에서 네번째로 주민이 많은 도시다. 예전 이름은 ‘도이레’이고, 흔히 사람들은 ‘데리’라 부른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숱한 지명들처럼 영국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앵글로화’한 이름이다. 아일랜드 말로 도이레는 ‘떡갈나무 숲’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데리로 바뀌었고 1613년 영국 왕 제임스1세 때 그 앞에 ‘런던’이 붙었다. 당시 데리를 점령하고 식민사업을 할 때 런던의 큰손들이 돈을 댔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리냐 런던데리냐 인구 8만5000명의 소도시 데리는 이름에서부터 곡절이 많았다. 시의 ‘헌장’에서 공식적으로 도시명을 런던데리라 적시했지만 400년이 지나도록 이곳 사람들은 해협 건너..

토니 주트, '포스트워 1945~2005'

연초에 김두식 교수님의 을 어마어마하게 재미있어 하면서 읽었는데 정작 정리를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하나도 아는 내용이 없던 것들이라 어느 부분을 어떻게 정리해놓아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번째로 읽은 책은 어마무시한 책. 토니 주트의 (조행복 옮김. 플래닛)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뛰어든 유럽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마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사를 망라한 것이라 보면 된다. 두 권으로 돼 있는데 모두 합해 각주와 옮긴이의 말을 빼고도 1351쪽. 두께도 두께이지만 내용이 진짜 방대하다. '전후 시대'라 규정한 1945~1953년까지를 다룬 1부에서는 전쟁의 유산이 유럽의 전후질서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특히 냉전의 고착화 속에 미국이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

딸기네 책방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