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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세상]남북의 시간은 같이 흐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담담하면서도 논리적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서는 민족, 혈통, 핏줄이 훨씬 더 강조된 느낌이었다. 남북 정상의 산책과 회담과 만찬의 순간순간들을 담은 동영상들이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정상회담 덕후’들이 곳곳에 생겨난 모양이다. “누군가 방명록에 사인하는 걸 실시간 생방으로 지켜볼게 될 줄이야”라는 어떤 이의 말처럼, 정상회담은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인 동시에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아주 특별한 이벤트였다. 민족의 운명, 공동번영, 자주통일. ‘민족’은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핏줄이나 혈통, 이런 것들이 강조하는 무언가를 생각하면 중압감이 든다. 나 개인을 넘어선,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어왔던 무언가를 전제로 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 앞에서 개인은 ..

냉면 외교

고딩 딸네미, 한동안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고 다녔는데. 이틀간 제가 그랬네요. "나만 냉면 못먹었어." 냉면외교, 디누들라이제이션.... 냉면이 대세는 대세인 모양입니다. CNN은 정상회담 전에 냉면에 대해 연구;;까지 했다고. 어느 언론은 제목을 저렇게 뽑았네요. 이제 DMZ가 아닌 DNZ가 생길 판.... 하지만 제대로 뜻을 살리려면 de-noodlisation이 아닌 re-noodlisation이 돼야 하지 않을까... ㅎㅎ 아래는 프랑스 LCI에 실린 '르 평양 냉면' 기사. 그 다음은 로이터 기사를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웹사이트에 실은 겁니다. 북한의 차가운 국수가 남과의 연대를 따숩게 덥혀주고 있다는 훈훈한 뉴스....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도 AFP의 냉면 기사를 소개했네요..

토마호크

Modern, Mature, Powerful. 미국 무기제조회사 레이시온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토마호크 미사일에 대한 소개글 제목입니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원래는 냉전시절에 핵탄두를 달기 위해 개발됐는데 ‘핵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고,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재래식 무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딘가를 공습한다, 하면 맨 먼저 등장하는 게 이 미사일입니다.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나라 근해에 구축함이 뜨고, 항공모함이 등장하면 ‘곧 때린다’는 신호입니다. 군함에서 곧바로 미사일이 날아가기도 하고, 항모에서 fighter가 발진해 폭격을 퍼붓기도 합니다. 그래서 군사전문가들은 토마호크를 ‘미군의 메신저’라 부르기도 합니다. 토마호크는 1000마일(1600km) 넘는 거리를 날아가는데 배에서 쏠 수도 있..

[기협 칼럼] 여자들은 집에 가지 않는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는 투사다. 하지만 그 자신이 1970년대에는 지금의 이란 체제를 만든 이슬람혁명에 동조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한 대부분의 사회가 그랬듯 가부장적이었던 이란에서 에바디는 테헤란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법관이 됐다. 회고록에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이 나온다. 샤를 비판하는 공개성명에 이름을 올린 그에게, 이슬람주의자인 남성 법관이 묻는다. 혁명 뒤의 국가에서는 당신같은 ‘여성’들의 자리가 없을텐데 왜 이 혁명에 동참하느냐고. 에바디도 이를 몰랐을 리 없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길을 선택한다. 예상대로 혁명은 여성 판사 에바디를 법정에서 내몰았다. 혁명은 어떻게 사람을 배반하는가, 그 뼈..

베른트 하인리히, '귀소본능'

수세기 동안 뱀장어 새끼를 본 사람이 없을뿐더러 아직까지도 녀석들이 알을 낳는 모습은 목격된 적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가 자라 뱀장어가 된다고 믿었다. 투명해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파리처럼 생긴 뱀장어 치어는 대서양에서 목격된 바 있다. 가장 작은 치어는 사르가소해의 버뮤다 제도 남쪽에서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뱀장어의 원산지, 다시 말해 산란 장소로 추정된다. 녀석들은 해류에 이끌려 플랑크톤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일 년이 지나 5~6센티미터 정도 자라면 제법 뱀장어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만 몸체는 여전히 투명하다. 그때쯤이면 녀석들은 헤엄도 치고 냄새로 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생기의 실뱀장어(glass eel)는 연어와 달리 바다 냄..

[구정은의 세상]분리수거 대란? 세계의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중국이 한국산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잠시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원자재나 상품 못잖게 세계를 이동해 다니는 것들 중 하나가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향할까요. 태평양 한가운데의 ‘쓰레기섬’ 플라스틱, 비닐 따위의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대표적인 장소는 태평양입니다. 여성들뿐 아니라 요즘에는 남성들도 적잖게 애용하는 각질제거제의 스크럽 알갱이들, 미국인들이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쌓아 담는 여섯 개 묶음 맥주 팩의 비닐 고리, 페트병 뚜껑, 폴리스티렌 포장, 샌드위치를 쌌던 랩 조각, 검은 비닐봉지, 엉켜서 못 쓰게 된 그물.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따위로 이뤄진 이런 쓰레기들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태평양에서 모입니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2권

어찌어찌 근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3권을 연달아 읽었다. 첫번째로 읽은 것은 라는 것인데 그런대로 내용이 알차고 내게는 많이 도움이 됐다. 두번째로 읽은 것은 박정훈의 (개마고원)이다. 책 아주 재미있었고 훌륭해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맛뵈기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권해주고 싶다. 이쪽 지역에 대한 책을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것이 통 없었는데, 이제야 국내 작가가 쓴 라틴아메리카 개론서가 생긴 느낌. 그래서 몹시 반가웠다. 저자는 오래 전 멕시코에 7년을 체류했고 이후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한다.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 넓은 지역의 기나긴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것들이어서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와 박히..

딸기네 책방 2018.04.01

[구정은의 세상]서울시장, 베이징시장, 미세먼지

중국 베이징의 천지닝(陳吉寧) 시장은 지린성 태생으로 칭화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에서 1993년 생물화학과 환경시스템 분석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5세에 칭화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됐다. 환경학자로 명성을 쌓았고, 2012년부터 칭화대 총장을 지냈다. 당시 49세, 명문으로 꼽히는 이 대학의 최연소 총장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 1월 환경보호부 부장(환경부 장관)이 됐다. 이때도 리커창 내각에서 가장 젊은 각료였다. 천지닝이 주력한 것은 중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스모그와의 전쟁’이었다. 장관이 된 지 2년이 됐을 때 그는 이례적인 ‘자아비판’을 하면서 중국의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와 항저우 등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

21세기 사회주의

21세기 사회주의 Civil Society and the State in Left-led Latin America (2012년)배리 캐넌·피다 커비 엮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 그동안 읽은 삼천리에서 나온 책들이 대략 2~20% 부족한 점이 있었기에, 이 책도 긴가민가 하는 마음을 가지고 펼쳐들었다. 역시 많이 부족했지만 또한 많이 충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꽤나 재미있었고,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됐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게될 독자들을 위해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것은, 책(원서)가 나온 것이 2012년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2017년에 한국어판을 번역출간하면서 보론을 곁들이기는커녕 ‘그 후의 상황’에 대해 옮긴이 주석으로조차 담지 않은 것은 책 읽는 사람 입장에서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다. 책에 나온 ..

딸기네 책방 2018.03.18

[포토 뉴스] ‘평창의 김 여사’ 내일은 어디로?

‘평창의 김여사.’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날마다 열띤 응원을 하고 있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이 연일 화제입니다. 동계올림픽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기 쉬운 패럴림픽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부으며 날마다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김 여사의 모습이 매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갑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김 여사는 패럴림픽 경기들을 모두 다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강릉과 평창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김 여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김 여사의 패럴림픽 응원 모습들을 모아봤습니다. 개막식에는 부부동반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지난 9일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연합뉴스 10일엔 바이애슬론 청와대 제공 10일 오전에는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