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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 생명의 편지

생명의 편지 The Creation 에드워드 윌슨. 권기호 옮김. 사이언스북스 지난해를 마무리하면서 읽은 책. 마무리를 할 것이 뭐가 있냐 싶지만, 로버트 카플란의 책으로 끝내려니 어쩐지 싫고 무언가 '좋은 책'으로 한 해를 끝내고 싶었다. 이 책이 국내에 번역출간된 것이 2007년이다. 그러니 10년 가까이 묵혀둔 셈이다. 윌슨의 'The Future of Life'를 읽고 나서 좀 헷갈렸던 것인지, '생명의 편지'도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꺼내어 보게 된 것은 딸 덕분이다. 딸에게 책을 권해주면서 보니 밑줄이 하나도 없는 것이 어째 생소한 느낌.... 다 읽고난 딸이 "너무 좋다"며 내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것도 벌써 몇달 전의 일이었다. 책은 윌슨이 미국 남부의 어느 '목사님'에게..

한국의 헌법과 필리핀의 헌법

2018년 1월 1일자 경향신문 1면에는 한국과 독일의 헌법 1조 1항이 담겼고. 2면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 1조를 적었다. ' 유럽국가들이 대부분이고, 무엇보다 현대 헌법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르완다 헌법이 빠진 것이 좀 아쉽지만. ^^ 여러 나라의 역사가 반영된 것들이라 재미있었다. 그 중에 눈에 띈 것- 필리핀의 헌법 1조. 한국 헌법과 거의 같다. 사실은 똑같다. 우리도 '인민(people)'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북한이 쓰는 말이라고 해서 '국민'이 돼버린 것이니. 필리핀은 군사독재정권과의 싸움에서 한국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앞섰고, 필리핀 피플파워 혁명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리핀 헌법은 1987년에 발효됐다. 군사독재의 경험, 그에 맞선 인민들의 싸움, 이런 것이 헌법에 그대로 반..

로버트 카플란, '지리의 복수'

지리의 복수 THE REVENGE OF GEOGRAPHY로버트 카플란. 이순호 옮김. 미지북스 카플란의 책은 언제나 '기분 나쁘지만 읽는 책'이라서 쟁여두는데, 이번엔 좀 오랜만이긴 했다. 이나 에 비친 그 오만함과 미국 잘났다 주의, COMING ANARCHY에 드러난 기분나쁜 통찰력과 신랄함이 이번엔 뭐랄까, 조금 꺾인 기분. 카플란의 생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이젠 늙은 모양이다. 온 세상을 돌아다닌 이야기들을 풀어놓긴 했지만 대부분은 '지난 이야기'들이고, 이번 책의 전반부는 거의 다 자신이 읽고 공부한 지정학자들의 책에 대한 것들이다. 이라크전 때 자기가 침공을 선동하고 다닌 것에 대한 회한 비슷한 표현도 아주 조금 들어 있다. "나 역시 글을 통해, 그리고 부시 행정부에 이라크 침공을 촉구한 집..

딸기네 책방 2018.01.01

세계의 아름다운 학교들

교육부가 최근 1년 새 새로 지어진 학교들 중에서 시설이 아주 좋은 곳들을 뽑아 27일 발표했습니다. "교육과정 적합성, 공간 친환경 계획, 안정성, 공공성 등을 두루 갖춘 2017년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라고 합니다. [기타뉴스]학교가 이렇게 좋아? 안마당에 열린도서관, 홈베이스 갖춘 학교들 서울 풍문고등학교의 중정. '국민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요즘 학교들... 그럼 시야를 넓혀서, 세계에는 어떤 멋진 학교들이 있는지 구경해볼까요. 영국 BBC방송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뽑은 '세계의 아름다운 학교들'에 소개된 곳들입니다. (Credit: Ronnie McMillan / Alamy Stock Photo) 영국 버킹엄셔에 1923년 세워진. Stowe s..

2017년에 읽은 책들

1.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로널드 드워킨. 홍한별 옮김. 박상훈 해제. 문학과지성사. 1/3 2.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우자와 히로후미. 차경숙 옮김. 파라북스. 1/7 3. 세계의 절반 구하기 1/9 4. 프라이빗 타이베이 김라현, 한정화. 니들북. 1/11 5.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1/12 6. 전문가의 독재 윌리엄 이스털리. 김홍식 옮김. 열린책들. 2/4 7.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2/5 8.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실즈 SEALDs. 정문주 옮김. 민음사. 2/6 9.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Taming the Infinite 이언 스튜어트. 노태복 옮김. 반니. 2/8 '근의 공식'이며 '이차방정식'이며 몽땅 까먹은 나에게, 책에 나오는 수식은 그저 외계어였을 뿐..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이 세상 천지엔 알아야 할 게 왜 이렇게 많으며, 새로운 것들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며, 왜 이렇게 점점 어려워져가는 것이며, 왜 나의 이해력은 갈수록 떨어져가는 것이며.... ...라고 한들, 이미 천지를 시끄럽게 한 비트코인이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걸 아예 눈 가리고 못 본 척 할수는 없을 것같다. 그래서 서핑질. 영문 위키의 설명 안 그래도 까막눈인데 영어가 왠 말이냐. 거기 나온 그림 까만 것은 처음 뼈다귀, 그리고 거기 덧붙여지는 고리들. 이대로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하지만 레고;;는 쫌 쉽고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면 레고보다 쉽다! ‘블록체인’ (과기부 웹진) 모두가 거래내역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에(이런 걸 분산원장이라고 한답니다) 모두를 해킹하기 전엔 깰 수 없는 초강력 시스템,..

최승호 MBC 사장 “1년 안에 신뢰 회복 자신있다”

“희생된 아이들 수백명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참기 어려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과거 MBC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임원진을 구성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13일 안산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 앞에서 분향했다. 해고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일하면서 세월호 유족들을 여러번 만났지만, MBC 대표로 방문한 만큼 “사죄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유족들한테 깊이 사죄했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왔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최 사장은 “내부 조직정비와 적폐 청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일을 비롯해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1년 안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구정은의 세상]작년 이맘때

생각해 보면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어느 집 딸의 대학 불법입학으로부터 시작해 정권에 줄 댄 기업들, 그들에게 돈 받은 권력층, 청와대의 태반주사, 모두가 자기 것이 아니라 주장하는 태블릿PC, ‘사라진 7시간’의 실체가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섰던가. 모두가 공유했던 절박함과 동지애. 차마 탄핵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하던 야당과 헌법재판소를 움직이고 결국 정권을 바꿀 때까지, 점점 더 많아지던 사람들. 페이스북을 쓰다 보면 잊고 있던 기억과 매일 마주치게 된다. ‘추억 공유하기’라는 이름으로 몇 해 전 그날 올린 글들을 다시 보여주는 이 소셜미디어의 기능은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불편하다. 요즘엔 기분이 좀 이상하다. 지난해 12월의 사진이라며 띄워주는 거리 풍경, 스..

[기타뉴스]소젖으로 난방을 한다고?

발단은 이 기사였습니다. 네덜란드의 도시재생에 대해 둘러보고 돌아온 김보미 기자가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김보미의 도시&이슈]‘두 바퀴 천국’ 네덜란드의 실험…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재생에너지 만든다 기사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에 관한 겁니다. 네덜란드는 튤립의 나라, 풍차의 나라이면서 친환경 자전거 교통이 발달한 나라이고, 또한 낙농대국이기도 하지요. 기사에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소비자들도 ‘착한 에너지’를 원하고 있다. 전력을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풍력·태양광 소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가 늘었다. 신차 중 전기차 비중도 2015년 기준 9.74%로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추세에 맞추기 위해 낙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함께 젖소도 재생에..

[구정은의 세상] 동상이 문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쪽의 케이프타운대학교(UCT)에서 재작년 세실 로즈의 동상이 철거됐습니다. 학생들이 오랜 세월 요구해온 겁니다. Rhodes statue in Cape Town university removed -BBC 세실 로즈(1853~1902년). 영국 출신의 식민주의자이지요. 금 파고 다이아 파내어 자기 이름을 딴 제국을 만든. (여담이지만 이태 전 밀렵꾼들에게 죽음을 당한 사자 세실도 이 작자의 이름을 딴 겁니다. 이 작자의 이름을 따서 출발한 로디지아는 지금의 짐바브웨라는 나라이고요.) 세실 존 로즈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케이프타운대학교 학생들. 사우스아프리카투데이 그래서 이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학생들의 시위가 거셌습니다. 결국 UCT의 동상은 사라졌지만, 영국 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