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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칼럼] CBC의 단청

캐나다 CBC방송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100일가량 앞두고 평창에 중계 스튜디오를 꾸렸다. 인터넷에 공개된 스튜디오의 모습은 단아하다. 원목과 대리석 바닥의 간결한 디자인에 동계올림픽 느낌이 물씬 나는 색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인 감각 뒤의 디테일이다. 푸른 빛이 감도는 창호지와 한국 전통 문창살에 캐나다식 벽난로를 붙였다. 이 방송의 올림픽 중계 화면과 그래픽은 연꽃과 한복의 문자 문양, 초롱으로 수놓여 있다. 캐나다 선수가 국기를 들고 웃음짓는 모습에 한복 문양이 겹쳐지고, 경기 종목을 소개하는 안내문과 선수 소개 그래픽에도 하나하나 한국 전통 장식들을 따넣었다. 후원기업을 소개하는 광고 이미지에까지 단청으로 띠를 둘렀다. 이렇게 정성스레 한국 전통 디자인을 살린 방송 프로그램은 국내에..

[구정은의 세상]삼성의 ‘수임료 대납’ 의혹 불거진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는?

톰 뢰플러는 미국 텍사스주 출신으로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고, 2008년에는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선거자문과 모금활동을 맡았습니다. 미국 대선을 3년 앞둔 2015년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부시 가문의 아들’로 당시만 해도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캠페인을 지원하는 모금기구를 그가 이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제 빌라레알이라는 기업 컨설턴트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0년 중국 상하이 세계엑스포 미국측 커미셔너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에는 클린턴을 위해 ‘미국을 위한 힐러리’라는 이름의 모금활동을 했습니다. 로펌들이 늘어선 거리 이름을 따서, 워싱턴의 로비업계를 ‘K스트리트’라 부르지요. 뢰플러와..

21만명 동의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청와대 어떻게 답할까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명 넘는 지지를 받아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원에 5일까지 총 21만3219명의 ‘동의’를 표했다. 이 청원에는 5일 오후 5시까지 동의한 사람이 15만명 정도였으나 7시간만에 6만여명이 늘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검사 성추행 사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은 지난달 6일 올라왔으며 한 달이 지나 종료됐다. 청와대가 공식답변을 내놓는 기준인 ‘30일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공식답변 대상이 됐다. 청원을 한 사람은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적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않게..

[구정은의 세상] 내가 못 배운 페미니즘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가 소설처럼 쓴 글을 보면서 가슴에 와 박혔던 구절은 ‘아버지가 나빴다’ ‘어머니가 나빴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검찰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모든 게 아빠 때문이었다. 이 땅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여자를 착하고 예쁜 딸로 키워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어떠한 불의도 참아내지 말라고, 그 어떠한 부당함에도 입 다물지 말라고,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질러대며 절대로 세상과 타협하지 말고 네 멋대로 살아가라고 가르쳐줬어야 했다.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다. 이 땅에서 여자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참고 또 참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어떤 불합리도 참아내지 말라고,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업수이 여기는 것은 더더욱 참아내서는 안된다고, 멱살을 휘어잡고 주먹..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성상원 | 전명윤 (지은이) | 따비 | 2018-01-15 굳이 세월호 얘기는 할 필요가 없겠다.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그 재난,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이었던 ‘재난 이후의 대응’에 대해 말을 덧붙여 무엇할까. 우리는 재난이 개인의 삶을 앗아갈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거대한 상흔을 남긴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2017년 11월의 지진 때, 세월호와 촛불 혁명 이후 새로 바뀐 정부는 ‘수능 시험 연기’라는 대응을 했다. 재난에 대한 반성이 불러온 진전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같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재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세계 곳곳에 여행을 다니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머나먼 ..

딸기네 책방 2018.01.31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피터 반스. 위대선 옮김. 갈마바람 재미있다. 기본소득 대신에 '배당'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명료하고 아이디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설득력도 있고. 사회를 그 쪽으로 움직여가는 건 모두의 일. 대규모 중산층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남긴 여러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지만, 그 같은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의 각 주가 부모가 소유한 땅을 장남이 모두 상속하는 봉건적 체제인 '장자상속법'을 하나하나 없애 나가는 동안, 초기 의회는 보편 공공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도시를 새로 건설할 때마다 땅을 확보했다. 상황은 산업화, 이민, 강도 귀족이 출현하면서 바뀌었다. 도시에는 공장 노동자 계급이 대규모로 출현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반세기 동안 투쟁한 결과..

딸기네 책방 2018.01.30

진수가 치타와 싸우면

요즘 우리 부서의 최대 이슈는 이것.... '진수와 치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기서 '진수'는.... 바로 얘다. 홍○○ (홍발정 아님;;), 일명 너부리. 이 귀여운 쌍둥이들의 아빠이기도 하다. 위 사진은 "사자 혼내달라고 아빠에게 요구하는 중"이라고. 이 때까지만 해도 너부리는 "아빠가 사자 도시락거리인줄도 모르고..."라는 겸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발단은 지난해말 송년 회식. 동물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구러 아프리카 초원의 치타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너부리의 호언장담이 터져나왔다. "치타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 말이냐?" 음... 모두가 비웃음........ 그러나 너부리는 자기가 치타한테 질 수 있다는 걸 수긍하지 못함. 그리고 올해 첫 부서 저녁식사 날. 너부리..

[인터뷰]정현백 여가부 장관 "화해·치유재단 올해 안에 청산"

정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졸속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을 연내 청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화해·치유재단의 기능은 중단됐고, 법적 검토와 실무적인 절차를 거쳐 연내에 청산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피해자들의 뜻을 중심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고, 여가부도 피해자 할머님들과 계속 접촉하고 관련 단체들과 논의해왔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 장관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재단을 해산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분들 견해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청산으로 가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정부가 2015년 12월28일 한·일 합의를 하고 7..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황런위. 이재정 옮김. 이산. 1/7 1991년에 나온 책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던 1980년대 말까지의 상황을 바라보고 쓴 것이라 지금 읽으니 너무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이미 그 후에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저자 황런위(Ray Huang)은 1918년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한 중국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서방에서 나름 '제대로 공부한' 그 시대의 몇 안 되는 중국 학자로서,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개괄해보고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조망하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실은 별로 없었다. 조반니 아리기, 재닛 아부-루고드, 혹은 안드레 군더프랑크 등등의 책에서 익히 보았던 내용, 페르낭 브로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

딸기네 책방 2018.01.28

공감의 시대

'공감의 시대'라는 제목을 가진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제레미 리프킨의 (이경남 옮김. 민음사)는 매우 길었다. 840쪽, 양장본, 그야말로 벽돌책이다. 딱히 재미는 없었다. 이제 리프킨은 그만 봐야겠다. 이전의 책들은 대략 재미있었고 문제의식이 앞서나가는 것들이었는데 이번 책은 쓸데 없이 길다. 뭘 이렇게 길게 썼어... 뭘 이렇게 많이 인용했어... 그냥 기후변화, 환경파괴라고 쓰면 될 것들을 뭘 굳이 '엔트로피'라고 했는지. 리프킨의 책에 인용된 또다른 (최재천 옮김. 김영사)는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생물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것이다. 책 표지에 설명이 많다.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이타성과 공정성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한 탁월한 연구', '공동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