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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베 비아헤라, 어떤 개의 죽음

불쌍한 것.... 누베 비아헤라, ‘떠다니는 구름’이라는 뜻이랍니다. 개의 이름입니다. 어쩐 작자가 주인이었는지... 콜롬비아의 부카라망가에 있는 팔로네그로 공항 터미널을 떠돌고 있었답니다. 아마도 주인이 공항에 버리고 간 모양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였나, 일본 TV에서 당시 후쿠시마에 버려졌다가 구출된 개에 대한 다큐를 본 적 있습니다. 지진이 뭔지도 모르는 개가, 식구들 다 떠나버리고 그 땅에 홀로 남겨져서 굶주린 채 헤매다가 어찌나 상처를 받았는지... 동물보호단체에서 개를 구해서 보살펴주는데,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겁에 질려 구석에 웅크리고는 눈만 그렁그렁한 채 사람들을 꺼리더라고요. 그 눈망울 보면서 울었어요. (이번 포항 지진 뒤에도 애완견들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어 고민이라던데...)..

[이 주의 프리뷰]'외유'는 끝났다...MBC '운명의 일주일'

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주관한 행사입니다. 세미나를 해도, 왜 하필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언론탄압 국가로 세계의 비판을 받는 태국에서 했는지. 이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방문진의 야권 이사 3명이 태국에 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8일과 10일 이사회가 모두 무산됐습니다. 이들과 고영주 이사가 빠져도 이사회 9명 중 여권 이사 5명이 모여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의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독 처리’ 모양새는 좋지 않아 안건 처리를 미뤘습니다. ‘외유’는 끝났습니다. 방문진은 13일 오후 2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 해임안을 의결합니다. 이번주에는 김 사장 해임과 뒤이은 절차들이 뜨거운 이슈로 굴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

[구정은의 세상]저들이 손잡을 때, 우린 절망했다  

국정원이 하는 짓이 다 그렇고 그런 거였겠지, 생각하기는 쉽지만 이른바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에 그렇게까지 개입했다는 것은 놀라웠다. 뭐랄까,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언론 종사자로서 어쩐지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KBS 기자들 동향을 국정원에 건넸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만히 생각해봤다. 내 정보를 편집국장이 국정원에 넘겼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현실이었구나. 국정감사 자리에서 눈감고 기자들 질문에 모르쇠 하는 KBS 사장의 모습은 뻔뻔하다기보다는 처참해보였다. 그래,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것 말고 또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국정원의 방송장악에 가담한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

사스키아 사센, '축출 자본주의'

축출 자본주의 Expulsions사스키아 사센. 박슬라 옮김. 글항아리 사센의 도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읽고... 이 책을 샀다. 사센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도시 대 나머지로 엮이는 글로벌 경제구조에 대한 분석이었다는데, 이 책은 그후 한참 지나서 쓴 소고에 가깝다. 난민-이주민-수감자 등등 뿌리를 뽑힌 채 옮겨다니는 것을 넘어서 아예 잉여가 되어 세상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그들이 쫓겨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땅뺏기와 환경재앙, 그로 인해 사람과 함께 지구상에서 버림받는 땅과 물과 자연을 아우르기 위해 사센은 '축출'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체제적 동력' '지하 동향' 등등 여러 용어들을 쓰고 있지만 대단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잉여-쓰레기가 되는 사람들 문제는 지그문트..

딸기네 책방 2017.10.29

5공 때 지어진 프레스센터 놓고 분쟁이 벌어진 까닭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6단체는 프레스센터 소유권과 관리운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 관련해 “새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공동입장을 26일 발표했다. 6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스센터는 시설의 역사성으로 보나 설립 취지로 보나 명백히 ‘언론의 전당’이며 공적(公的) 자산”이라면서 “마땅히 언론계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들은 이 문제가 소송보다는 정책 원칙에 따라 조정·해결돼야 한다며 “그동안 열린 조정회의 결과대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연수원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고 방송회관과 광고문화회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

물고기의 혀

35년 전 발산시장 생선장수 장옥자(74세) 여사 필담-엄마, 물고기 혀 있어?-민어도 이꼬 도미도 이따.-봤어? -민어 주글때 혀 말려서 내장오 들가고 도미 혀 빼고 주거.-우럭도?-이따. 몰라.-특별한 얘들만 있나? -이찌.-물고기 혀도 먹어?-꺼끄러 회 안 먹어. 대가리라 끄러 먹지.-뻥 같아. 물고기 혀는 왜 있어?-입맛 다시고 그래야지. 유명 소설가인 하명희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위 글의 장옥자 여사는 하 작가의 모친. 글이 정말 재미있다. 민어도 이꼬 도미도 이따. 뭐가? 혀가... 혀가 있는 이유는 ‘입맛 다시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라는 장 여사님의 통찰력에 빵 터졌다. 야근 중 문득 궁금하여... 일본 총선결과 체크하다 말고, 물고기 혀에 대해 찾아봤다.(내가 진짜... 명희 땜..

[구정은의 세상]라프토와 김대중, 그리고 이명박

토롤프 라프토(Thorolf Rafto). 노르웨이 베르겐 경제대학에서 경제사를 가르친 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사람이다. 라프토가 인권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공산정권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1968년 ‘프라하의 봄’ 때였다. 라프토는 체코 개혁파들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동유럽 민주화 전반으로 관심과 활동을 넓혀갔다. 1973년에는 소련의 오데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소련의 국내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이탈리아 신문에 실었다. 1979년 라프토는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프라하를 방문했지만 공산정권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심지어 공안요원들이 라프토를 붙잡아 구타하기까지 했다. 라프토는 1986년 6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시..

브라이언 그린, '멀티유니버스'

멀티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 박병철 옮김. 김영사 '엘러건트 유니버스'하고 '우주의 구조'는 매우매우 어렵고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멋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멀티유니버스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제목의 책에 끌리진 않았을 것 같다. 원제는 이고, 한국판 제목이 다중우주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한국판 제목이 더 나은 듯하다. 오래 전에 사뒀던 책이 책장 어딘가에 숨어 있었고, 이사해서 책장을 정리하는 도중에 발견되어 뒤늦게 읽었다. 숨겨진 실체라니. 뒷부분에서 저자는 그 '실체'의 하나가 수학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수학에 문외한인데다 워낙 어려운 내용을 뭉뚱그려 '의미는 이런 거야~' 식으로 설명해놨기 때문에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전작들이 끈이론을..

토머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오랜만에 읽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내가 오랜만에 읽은 게 아니고 이 아저씨가 오랜만에 내놓은 책이겠지, 아마도. 프리드먼의 책은 를 비롯해 경도와 태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뜨겁고 평평한~, 세계는 평평하다 등등 전부 읽었다. 만델바움과 함께 낸 하나만 빼고. 프리드먼의 책을 찾아 읽기는 하지만 언제나 별로라고 생각했다. 말투가 싫어... 그런데 이번 책은 좀 달랐다. 일단 재미는 있었다.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계, 너무나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주의를 견지하면서 우리 모두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프리드먼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의 메커니즘을 대기계(기술의 변화), 대자연(기후변화), 그리고 무어의 법칙(변화의 속도를 곱배기로 만드는)같은 ..

딸기네 책방 2017.10.12

[구정은의 세상]김성주, 김광석, 가족

"결혼은 1년에서 350~360일은 정말 행복한데, 나머지 열흘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명절, 날카로운 말끝이 가슴에 닿아 생채기를 냈다. 가족을 설득하고 화내고 싸우는 일이 지겨워진 우리 부부는 왜 결혼이란 제도권으로 들어온 건지 후회가 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몇 번 반복하면 이 짓이 익숙해질까." 지인은 페이스북에 저런 글을 올렸다. 결혼과 더불어 생기는 가족에 대한 고민들. 추석이 낀 달에는 한방병원에 찾아가 ‘화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연중 가장 많고, 그런 이들 가운데 여성이 남성의 4배라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띄었다. 여느 해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는 지나갔다. 가족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명절은 끝났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을 다시 곱씹게 만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