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2

한류는 계속됩니다

한류(韓流) 열풍이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겨울연가'로 불이 붙은 일본의 한류 열풍이 식을줄을 모릅니다. '욘사마(배용준)' 열기는 '겨울연가'가 끝난 뒤 오히려 더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에서는 배용준이 출연한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욘사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토크쇼마다 패널들이 욘사마 이야기를 하고, 쇼 진행자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얘기만 듣고 있자면, 과연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난주,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한국 탤런트들 얘기를 했었습니다. 원빈과 권상우를 각각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체인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를 듣게 됐는데,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천 개의 문을 가진 테베

이집트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룩소르. 룩소르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이 있다. 룩소르의 역사상 이름은 '테베'. 그리스의 테베랑은 별개의 도시인데, 호메로스는 자기네 나라 테베랑 구별해서 이집트의 테베는 '천개의 門을 가진 테베'라고 했다지. 테베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람세스2세를 비롯해 17-20왕조 무렵,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 수도가 여기였다.

도쿄에 온 이래, 머리 손질이라고는

도쿄에 온 이래, 머리 손질이라고는 전혀 않고 있다. 퍼머하는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뭐 별로 가고픈 마음도 없고. 외국에 나온 한국 아줌마들이 흔히들 하듯이, 그냥 질끈 동여매고 지낸다. 그 덕에, 신경 안 쓰고 지내는 동안 머리카락이 꽤 많이 자랐다(머리 속도 좀 자라면 좋겠지만). 어릴적부터 어깨에 닿는 정도 혹은 단발머리에 머물러온 터라, 별로 머리를 길게 기른 적이 없었다. 좀 있으면(서울에 돌아갈 5개월후 쯤에는) 내 인생에서 어쩌면 최장의 머리카락이 될 수도 있겠다. 웅웅웅 긴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스타일이 좋아진 것은 절대로 아닐 뿐더러, 요즘 머리가 엄청 빠진다. 난 의외로 둔한 구석이 있다.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받을 상황이어도 잘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머리가 둔한 부분을 몸이 상쇄해준..

머리로는 '맛의 달인', 입에는 '인스턴트'

집 근처 대형 수퍼마켓에 갈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나라에도 백화점 수퍼마켓에 가면 모양 좋은 '완제품 음식'들이 진열돼 있기는 하지만, 서울에 살 때에는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다. 도쿄에 와서 보니 사정이 좀 다르다. 수퍼마켓 1층에서는 방금 지어진 밥이나 초밥, 생선회를 밥 위에 뿌려놓은 '치라시 즈시', 달걀프라이를 얹은 오므라이스와 국수볶음을 도시락 모양으로 예쁘게 담아 판다. 라면이나 밥 위에 얹어먹는 소스 종류는 말할 것도 없고, 냉동식품도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닭고기와 감자 혹은 치즈와 새우를 넣은 고로케, 연근과 완두콩에 어묵을 묶어넣은 튀김, 검붉은 소스까지 뿌려져있는 냉동 햄버거,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당고(꼬치) 모양의 각종 튀김들....

요즘 먹고 사는 것들

내가 무슨 '요리'를 하겠냐고. 아무튼 나도 먹고 살고는 있다. 그것도,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먹고 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도 요새는 잔뜩 사다먹고 있으나 기본은 역시나 내가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것. 아지님도, 꼼꼼이도 음식을 못하니 할 수 없지. 날마다 '오늘은 뭐해먹을까' 주부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다, 내가 다니는 수퍼에서 파는 물건들로 재료가 한정돼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을리 없다. 국은 미역국, 조개국, 북어국, 시금치된장국, 가끔씩 된장찌개, 오늘은 감자국, 뭐 이런식이다. 며칠전에는 오뎅(어묵국) 끓이는 어묵이 싸게 나왔었다. 썩둑 썬 대파, 양파 반토막, 다시마, 무, 멸치, 마늘 두 쪽, 어묵을 넣고 푹푹 고았더니 제법 진국같은 맛이 난다...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천재지변이 무서워...

일본에 다시 돌아와보니 가을이다. 아직 낮기온은 30도를 넘어가지만, 그래도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가을이 온 것은 좋은데, 돌아오자마자 태풍이다. 도쿄를 직접 지나쳐간 것은 아니지만 어제밤엔 바람이 대단했다. 집이 집인지라, 베란다 큰 창문을 내리 두들기는 바람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요새 꼼양이 시차적응 못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불에 두 차례 실례를 했다. 그 덕에 어제는 요를 꺼내어 빨아 널었는데, 소나기가 두 번 훑고 지나가 밤에도 빨래를 거둬들이지를 못했다. 베란다에 요를 널어놓고 큰 빨래집게로 묶어놨는데도 불안해서 아지님이 몇번이고 내다봐야 했을 정도. 이곳의 바람은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지진.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 등등이 있는 서쪽 지역) 쪽에 몇번 연달아 리히터규모 ..

승자의 도시, 그늘진 도시 카이로

카이로(Cairo)는 이집트의 수도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집트의 수도’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먼지 가득한, 역사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부패와 빈곤과 어수선함이 가득한 도시. 현지어로는 ‘알 까히라’(Al-Qahirah)라 부른다. 나일강 델타 끝부분, 지중해를 바라본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 83㎢, 인구 약 1500만명. 1922년 이집트가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인구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 25㎜의 사막기후로, 연간 한두차례 적은 양의 비가 내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나일강 때문이다. 7월 평균기온 27.7℃, 1월 평균기온은 12.7℃다. 사막기후라고는 하지만 위도가 ..

입맛이 바뀌는 일본 사람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맵고 짠 음식만 좋아한다고, 친정엄마가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파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쿄에서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크리타 선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때문에 일본 사람들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입맛이 바뀌는 사람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혼자 혹은 부부 단 둘이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 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타 선생의 친정어머니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는데, 편의점이나 대형 수퍼마켓에서 ..

도쿄의 무더위

30도 넘는 날이 벌써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몇해전 여름휴가 때 도쿄에 왔을 때에도 날씨는 너무 더웠다. 국립박물관에 들렀다가 우에노공원으로 나왔던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코와 입 안에 밀려들어오던 그 후덥지근한 공기가 생각난다. '더위'를 생각할 때면 나는 두고두고 그 날의 감각을 떠올렸었다. 어제는 일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도쿄 기온 최고라는 39.5도, 그리고 오늘도 39도는 너끈히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무더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39도는 백엽상의 날씨일 뿐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기온은 40도를 웃돌고도 남는다. 조그만 우리집은 찜통 그 자체다. 꼼꼼이와 내가 생활하는 마루방은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

도쿄의 병원에 다녀왔어요

후덥지근한 도쿄의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놨더니, 꼼꼼이가 결국 감기에 걸렸습니다. 어제 밤부터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져서, 급기야 오늘은 동네 의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집처럼 편안하게 해놓은 소아과 병원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일도 있습니다만, 일본의 병원이 한국의 병원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 진료가 공짜라는 겁니다. 6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치료비가 무료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렀더군요. 꼼꼼이가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일 적에 서울에서 예방접종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종류의 백신인데 일반 주사는 1만원, 아프지 않은 접종은 4만원이라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접종을 선택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법정전염병 예방접종조차도 비싼 돈을 내야한다는 건 아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