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197

브레인 스토리

브레인 스토리 Brain Story (2000) 수전 그린필드 (지은이) | 정병선 (옮긴이) |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08-01 별로 큰 기대를 안 갖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인간의 뇌, 해소되기 힘든 궁금증들에 대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대답해주는 책. 지금까지 알려진 뇌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장 최근의 것들까지 포괄해가면서 핵심을 추려 설명하고,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혹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것들’까지 이야기한다. 질병, 약물, 꿈 등 뇌와 관계 있는 소재들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정말로 쉽고 재미있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말그대로 쉽고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상식백과’ 수준의 교양서..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Feynman's Rainbow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세종서적 | 2004-04-30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라는 믈로디노프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 연구원 생활을 했던 첫 1년 동안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연구실을 두고 있던 파인만을 만나 들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저자 자신의 설명을 빌면 "이 책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젊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며, 인생의 끝에 다가선 상태에서 깊은 지혜로 그를 도와준 한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다. 또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년, 역시 노벨상 수상자였던 머레이 겔만과 파인만의 경쟁, 지금은 물리학과 우주론을 개척해나가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은 끈 이..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Ubiquity: The Science of History . . . or Why the World Is Simpler Than We Think 마크 뷰캐넌 (지은이) | 김희봉 (옮긴이) | 지호 | 2004-09-13 분명 저자 소개에는 물리학 박사라고 나와있는데, 그러니 물리학에 대한 책인 줄 알고 펼쳐들었는데 세르비아에서 울린 두 발의 총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앞의 4분의1 정도는 지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아니 불가능한가. 그러더니 역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경제 얘기도 나온다. 대체 이 책은 무슨 책인가. 진정 유비쿼티(책의 원제목)를 책 한권 안에서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물리학 박사..

딸기네 책방 2005.01.13

나의 '올해의 책'- '총, 균, 쇠'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 김진준 (옮긴이) | 문학사상사 | 1998-08-08 책표지에 '퓰리처상에 빛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자랑할만 하다. 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 하는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퓰리처'라는 말이 붙은 책중에서 별볼일 없는 책은 없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퓰리처'가 붙은 이 책은 필히 훌륭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을 펼쳤고, 책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는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와 밀도를 동시에 갖춘 책이고, 영화 식으로 말하면-- 오락성도 작품성도 모두 별 다섯개 짜리다. 생리학박사인 저자는 '과학자'다. 우스운 정의 같지만 이 책은, 과학자인 ..

딸기네 책방 2004.12.17

요새 읽은 책들

벌거벗은 여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경식 외 옮김 / 휴먼&북스 정확히 말하면 '벗은' 것이 아니라 '벗긴' 것이 되겠다. 저자는 여자를 발가벗기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부분부분 잘라놓고 얘기를 한다. 이마, 눈, 코, 입, 어깨, 가슴, 엉덩이, 다리... 이렇게 토막친 여자를 사진을 찍어놓고 "이 부분으로 말씀드리면~~~" 하고서 썰을 푼다. 총평을 말하자면-- 과학책을 빙자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책. 아무리 요즘의 분위기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지만 말이지. 난 이 책이 과학책인 줄 알고 샀단 말이다. 그냥 잡다한 문화적/동물학적 지식을 나열해놓고서 근사하게 이름을 붙인 정도로 밖에 봐줄수 없겠스무니다... 유머로서의 유물론 가라타니 고진/ 문화과학사 재밌게 읽었다..

솔로몬의 반지

솔로몬의 반지 Er redete mit dem Vieh, den Vogeln und den Fischen 콘라트 로렌츠 (지은이) | 김천혜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0-07-05 말 그대로 '재미있는 동물이야기'이다. 저자가 콘라트 로렌츠이고 보면, 그닥 두껍잖은 책이지만 뭔가 알짜배기 내용을 기대하는 것이 독자로선 당연한 일.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심오한 철학이 있냐고? 이 책을 펼치는 독자라면, '비교행동학의 창시자' 혹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로렌츠의 경력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읽기를. 이 책은 로렌츠가 노벨상을 받기 훨씬 전에 쓰여진 것이다.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로렌츠의 모습은 '두리틀 선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도나우강 근처의 어느 유럽식 주택, 집안에는 개와 햄스터가 ..

콘라트 로렌츠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에 양념으로 실려있는 내용이다. 리들리는 '나치토피아'라는 제목을 붙여놨다.) 각인이라는 로렌츠의 개념은 시간의 벽을 뛰어넘는 위대한 통찰의 산물이다. 그것은 본성과 양육의 그림에 결정적인 부분이자 양자의 결합이다. 본능의 가늠자 조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써 각인은 자연 선택의 위대한 필치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로렌츠의 다른 이론 중에는 역사의 혹독한 비판을 받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는 각인과 거의 무관하지만, 무수한 사람들이 그랬듯이 로렌츠가 어떻게 유토피아의 유혹에 넘어갔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가치있을 것이다. 1937년 로렌츠는 실업자였다. 가톨릭성향의 빈 대학은 종교적인 이유로 동물본능에 대한 연구를 금지했다. 그는 자비로 새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알텐베르크로 내..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승산 | 2001-08-09 파인만의 물리학 책들 중에 어려운 것(other six...)과 쉬운 것(six...)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더랬는데, 이 책은 특히 '쉬운 것'에 속한다고 강조라도 하듯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제목에 떡하니 박혀있는 QED. 하기사, 제목에 '양자전기역학'이라고 표기를 해놓으면, 웬만한 '일반인'은 이 책을 멀~리 피해가기 십상일 터이니. 미국에서 출판됐을 당시 원제목은 'QED by Richard P. Feynman'인데 국내 번역본에는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구절이 붙었다. 양자전기역학의 중간 교주 정도로 봐도 될 파인만, 무려 이 이론으로 노벨상까지 받았던 파인만 ..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본성과 양육 Nature Via Nurture: Genes, Experience, and What Makes Us Human (2003) 매트 리들리 (지은이) | 김한영 (옮긴이) | 이인식 | 김영사 | 2004-09-13 재미와 유익함, 모든 면에서 매트 리들리의 저술은 과학서적으로서는 단연 A급이다. 리들리의 책에 별 다섯개를 줄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재미있다. 생물학 유전공학 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연관분야까지 모두 포함해, 다종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들어 가며 주제를 펼치기 때문에, '일반인을 위한 과학개론서'로 손색이 없다. 특히 최근의 연구들까지 항상 업데잇 되어 있다는 점은 리들리식 과학 저널리즘이 보여주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다. 둘째, 개론서의 역할은 '소개'..

엘러건트 유니버스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 Superstrings, Hidden Dimensions and the Quest for the Ultimate Theory 브라이언 그린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승산 | 2002-03-11 과학책들 중에 아끼는 것들이 많았는데, 일본에 오면서 그 중 이 책 한권만 들고왔다. 역시나 학문의 왕은 물리학이다! 物理라니, 이보다 더 심오한 것이 어디 있으리요. 공부삼아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문턱'을 깨닫게 된다. 한가지 주제나 상황에 대해 쓰여진 책을 3권 읽으면 감이 잡히고, 10권 정도 읽으면 좀 알겠다 싶은 걸 보니 '10권'이 내게는 문턱인 셈이다. 그런데 이젠 문턱을 넘었을 때가 되었는데도 도통 내 머리로 '상상'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