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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은이), 김운비 (옮긴이) | 북하우스 알라딘에서 알게 된 마노아님을 만나 이 책을 선물 받고, 지하철 5호선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몇페이지 읽고, 너무 재밌어서 오랜만에 자기 전에 책 펴들고 누웠다. 보통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잠들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내 책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데, 마침 금요일이었던지라 운이 좋았다. 4분의1쯤 남겨놓고 잠들어서는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다시 펼쳐들고 끝장을 봤다. 남자는 어느날 뚱딴지처럼 자기 집에 나타난 여자, 지금은 코마 상태가 되어 시체처럼 병원요양실에 누워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말하자면 여자는 유체이탈한 영혼 같은 것이고,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

딸기네 책방 2007.05.21

꼼꼼이 추천도서, '이상한 화요일'

이상한 화요일 - 비룡소 그림동화 84 | 원제 Tuesday 데이비드 위스너 (지은이) | 비룡소 여섯살 우리 꼼꼼이가 읽는 책들, 정리해두어야지 생각은 하면서 늘 지키지를 못한다. 아이가 읽는 책들이래야 모두 그림책이니, 맘만 먹으면 하루에 열댓권이라도 아이 스스로, 혹은 엄마랑 같이 읽을 수는 있다. 대개 하루에 서너권은 읽는데, 겹치는 것들 뺀다 해도, 다만 몇줄 씩이라도 그걸 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저래 넘어간지 벌써 몇달이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 마음에 들고, 우리 애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라서 적어둔다. 나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책을 처음 접했고 뒤늦게 이 책도 유명하다는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았다(오늘 알았다;;). 책 너무 좋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몇 ..

딸기네 책방 2007.05.21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 -시사비평가와 천재 과학자의 대화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요네자와 후미코, 다치바나 다카시. 배우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다치바나의 시사비평 ‘멸망하는 국가’를 먼저 읽고, 꽤 괜찮다는 느낌과 함께 어쩐지 찝찝한 느낌 같은 게 좀 있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냥 과학에 대한 것이다. 다치바나는 유명 저널리스트이고, 요네자와는 유명 과학자다. 특히 요네자와는 여성 과학자인데, 도쿄대 과학부에 여학생이 많지 않던 시절 공부를 시작해서 여성과학자의 대모처럼 돼 있는 인물인 모양이다. 책은 재미있었다.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는 고체 혹은 그런 상태를 아몰퍼스 amorphous 라고 하는데 요네자와는 이 물질의 전문가다. 다치바나가 질문을 던지고 요네자와가 대답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은 아몰퍼스와 현대 물리학,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과학을..

미국민중사 -하워드 진을 따라 긴 강을 건너다

미국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United States 하워드 진 (지은이) | 유강은 (옮긴이) | 이후 | 2006-08-31 하워드 진의 이름은 함부로 막 부르거나 쓰고 싶지가 않다. 좀더 경외심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의 불의 앞에 눈 감지 않지만 역사의 발전(억압받는 자들의 승리)를 낙관하고, 막 나가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역사학자. 미국민중사는 잘 알려진 책이고, 하워드 진의 ‘대표작’이다. 그래서 두껍고, 거기다 2권으로 돼 있고, 비싼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미국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워드 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 두꺼운 책들을 읽은 셈이다. 갖고 다니기도 무거워서 저녁마다 집 식탁에 앉아 줄 쳐가며 읽었다. 어떤..

딸기네 책방 2007.05.07

에덴의 용- 세이건 박사님의 인도를 따라

사이언스 클래식 6 에덴의 용 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2006) 칼 세이건(지은이) | 임지원(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6-08-11 칼 세이건의 책이니, 좋다 나쁘다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이 책은 세이건 박사님이 1977년에 내놓은 것인데,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벌써 30년 전 책이건만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부제가 그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줄거리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에 ‘마음의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진짜로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

아마티아 센, '윤리학과 경제학'

윤리학과 경제학 아마티아 센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08-25 를 가지고 머리 속에 버터를 한 겹 발라 놓으니깐 센의 책을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추천사 빼고 목차 빼고 참고문헌 빼고 나면 111쪽. 글씨도 큼직큼직한데 이런 편집, 이런 분량, 이런 표지에 책 값이 1만원이라면 꽤 비싸다. 한울아카데미답다. 좀 신경 썼으면 훨씬 좋았으련만 참 보기 싫게 만든 책... 하지만 아무튼 내용은 좋았으니 1만원 이상의 값어치는 하는 책이다. 센이 1986년 UC버클리에서 했던 강연을 손보아 묶은 것이라고 하니깐 21년 전 얘기인 셈이다. 요지는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윤리학과 경제학. 경제학은 윤리를 알아야 하고, 윤리를 도와야 하며, 윤리와 결합돼 발전해야 한다는 것. 저자의 말을 내..

딸기네 책방 2007.05.01

아마티아 센, '불평등의 재검토'

불평등의 재검토 아마티아 센 (지은이) | 이상호 (옮긴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이 책 저 책 읽다 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센이라는 돌부리에 걸려넘어지길 몇차례, 결국 촌스런 편집에 목에 걸리는 번역의 책 두 권을 사버렸다. 하나는 제일 유명하다는 이 책 이고, 또다른 하나는 이다. 불평등의 재검토- 제목에서부터 뭔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팍팍 난다. 예상대로 어려웠다. 개념이 특별히 난해해서가 아니라 잘 모르는 존 롤즈의 정의론 얘기를 계속 풀어내고 있어 어려웠다. 그리고 예상대로 중요한 내용이었다. 평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평등인지가 중요하다. 돈을 똑같이 가졌으면 평등이냐? 기회를 똑같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딸기네 책방 2007.04.30

전지구적 변환 -지구화를 다룬 최대의 역작

전지구적 변환 Global Transformations데이비드 헬드 | 앤터니 맥그루 |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 조너선 페라턴 (지은이) |조효제 (옮긴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2-12-02 책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달 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익숙하지 않은 경제 용어들이 나오긴 하지만 책 내용이 난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읽는 데에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책이 두껍기 때문이다. 무려 170쪽에 이르는 기나긴 부록과 주석, 찾아보기를 제외하더라도 710여 쪽 분량. 각종 표에 그래프에, 눈 아프게 만드는 장치들도 많다. 온갖 사료를 동원한 알찬 글 내용과 훌륭한 번역 덕에 머리 아프진 않았다. 지구화(글로벌라이제이션을 ‘지구화’로 번역했는데 통상 쓰이는 ‘세계화’와 개념..

딸기네 책방 2007.04.27

정치생태학 -전반적으로 공허하고 간혹 재미있는 책

정치생태학 Political Ecology: Global and Local (1998)데이비드 벨아미 (엮은이) | 정규호 (옮긴이) | 당대 | 2005-02-05 ‘정치경제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듯한 제목에서 보이듯, 통상의 ‘환경론자들’보다 더 ‘좌파적’인 관점에서 생태위기를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한 책. 캐나다 학자들 위주로 되어있는 탓인지 캐나다 사례가 많은데, 좌파들 으레 그렇듯 붕 뜬 얘기가 없지 않았다. 옮긴이는 ‘생태적 상상력과 급진적 실천의 결합’이라고 추켜올렸는데 읽는 중간중간,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좌우 가르지 말고 구체적으로 알고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이 생태위기에 맞서는 방법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환경 위기는 글로벌 자본주의 때문이니깐 착취에 맞서는 것과 생태위기에 ..

딸기네 책방 2007.04.18

눈먼 시계공 -당연히 재미있다. 도킨스니까.

눈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 (1986) | 사이언스 클래식 3리처드 도킨스 (지은이) | 이용철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4-08-09 당연히 재미있다. 도킨스니까. 유머러스하면서 정곡을 콕콕 찌른다. 이 책은, 진화론을 비판하는 작자들이 하는 말이 왜 개소리인지를 까발리는 책이다(도킨스의 책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그렇듯이 ‘점잖은 말’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 도킨스는 대단히 인텔리전트하면서도 점잖지 않은 사람이니까). 자연선택은 점진적, 누적적인 과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튀어나올수 있냐고, 박테리아가 어떻게 인간이 되냐고 묻는 ‘무식한 창조론자들’에게 도킨스는 점진성과 누적성을 무기로 반격을 가한다.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그리고 먼젓번 진화의 누적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