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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만화 ^^ <십자군 이야기>

재기발랄한 김태권군의 1편이 드디어 나왔다. 역사만담이라고 하는데, 책표지에 쓰인 그 말처럼 만화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다. 실은 그닥 좋지 않은 내용--'십자군'으로 표현되는 전쟁과 폭력, 야만 등등 우울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한층 더 우울해지는 것은 책에 담긴 내용들이 그대로 현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당나귀부시를 타고 다니는 은자 피에르, 여론조작의 대가 마틸다 백작 따위를 현대의 군상들과 연결시킨 것이 하나도 어색하게 안 보이고, 오히려 아주 정확해 보인다. 작가 자신은 '썰렁개그'라고 지레 손사래를 치지만 순간순간 넘쳐나는 재치가 돋보이기만 할 뿐. 얼마나 열심히 연구를 했는지, 문장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원전'이 있고, 해석이 있다. 따위를 여기에 들이밀..

딸기네 책방 2003.12.05

번역된 책 읽기

을 읽기 시작했다. 슈뢰딩거 트리니티대 강연 50년을 기념해서 지난 93년에 업계 권위자들이 모여 강연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책상 위에 놓인 '생명책'(농부아저씨가 좋아하는 '생명책' 하고는 전혀 다른^^) 두 권 중에서 이쪽이 재미나겠다 싶어 책장을 펼쳤는데, 이해 안 가는 구절이 나왔다. '책 읽다 투덜거리기'의 명수인 딸기는 혼자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다 못해, 라이브러리에 책의 구절을 하나 올렸다. "엄격한 다윈주의 세계관의 두 가지 특징은 생명의 역사의 지질학적 행렬을 곧바로 유전 물질의 생리화학적 본성으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유기체의 순간적 책략으로 환원하는 것을 장려한다. 첫째, 자연선택 이론은 생식의 성공을 위한 유기체의 투쟁을 인과적 변화의 장소로 인정한다. 그리고 종이나 생태계와..

딸기네 책방 2003.12.04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의 팔레스타인 리포트 Israeli-Palestinian Conflict, The Crisis in the Middle east 로이터 통신 (엮은이) | 최정숙 (옮긴이) | 미래의창 | 2002-12-20 로이터통신의 팔레스타인 리포트. 보도사진에 간략한 글들을 엮었는데, 분쟁과 평화과정의 역사적 장면들을 포착한 사진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클린턴-아라파트-라빈-무바라크-후세인국왕이 한 방에서 제각기 넥타이를 정돈하는 모습을 비롯해, 주요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잡아냈다. 그런가하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대치 모습이라든가 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은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고, 독선과 아집도 계속되고 있다..

딸기네 책방 2003.11.26

사상사 속의 과학

사상사 속의 과학 무라카미 요우이치로 | 이토 준타로 | 히로시게 토오루 (지은이)남도현 (옮긴이) | 고광윤 (감수) | 다우출판사 | 2003-10-05 이건 딱 또치님 취향일 것 같은데, 일본에서 과학자 3인이 74년~75년 NHK 철학강좌에서 강연한 것을 묶고 다듬은 것이다. 너무 옛날 것일수도 있지만, 어차피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사상사' 즉 사상적-역사적 맥락에서 과학을 다룬 것이니 흠은 아니다. 사상사 하면, 전혀 모르는 분야이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좋았고, 또 앞뒤의 과학자 3인 대담은 참 좋았다.

안티아이스

안티 아이스 스티븐 백스터 (지은이) | 김훈 (옮긴이) | 시공사 | 2003-08-27 그리폰북스라고 돼 있는 시리즈를 처음 읽었다. 하도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도무지 집중이 안 돼서 읽는데 오래걸렸다. 대체역사소설이라 해서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가상역사소설이로구만. 그럭저럭 재미있고, 현학적으로 딱딱거리면서도 재치있는 문체도 맘에 든다. 주제가 아주 명확한데, 초장부터 쉽게 주제 혹은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흠이라면 흠이다. 때는 19세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물질이 있으니 이름하여 안티아이스. 파괴력은, 곧 에너지다. 핵무기/미국을 안티아이스/영국으로 바꿔놨다. 문제점 많은 멍텅구리 정치인들이라든가, 자기가 발견해놓고 뒤처리를 하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천..

딸기네 책방 2003.11.21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 Eastward to Tatary 로버트 카플란 (지은이) | 이순호 (옮긴이) | 르네상스 | 2003-08-27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을 뒤져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국내에 번역출간된 관련 책들 중에 유명도나 책의 완성도 면에서 손꼽을만한 사람은 버나드 루이스와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루이스는 세계적인 중동사학자이지만 서구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루이스 책을 몇권 읽어봤는데, 사실 국내 번역본들 중에선 '서구편향'이라고 꼬집어 비판할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프리드먼은 루이스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프리드먼은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전문기자이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이다. 80년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저널리즘의 공식 명칭은 '레바논 내전') 무렵..

딸기네 책방 2003.11.20

고대 도서관의 역사

수메르에서 로마까지 | 원제 Libraries in the Ancient World (2001) 고대 도서관의 역사 라이오넬 카슨 (지은이) | 김양진 | 이희영 (옮긴이) | 르네상스 역사는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다. 인류의 시초를 선사(先史)부터 따지긴 하지만, `인간다운' 인간의 역사는 보통 문자와 함께 시작되고, 주로 문자를 통해 인간 정신의 요체가 전달된다. 문자가 모여 책을 이루고 책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해도 될 것이다. 문자에서 시작돼 지식의 집대성으로 가는 인류의 정신의 흐름을 `도서관의 역사'로 구체화시켜 해석한 것이 이 책이다. 고대 근동 제국의 도서관에서 그리스와 로마, 초기 기독교 시대까지 이어지는 수천년 도서관의 역사를 줄줄이 꿴다.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문자와 책의 역..

딸기네 책방 2003.10.14

놀면서 보는 장승업

장승업/이양재 지음·이상규 그림. 길벗어린이 장영실/배나맘 지음. 꿈꾸는 공화국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히다보면, 과연 책들을 쌓아놓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가 들 때가 많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새와 짐승, 풀과 나무, 건축물과 그림 따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일일 터인데 바쁘고 핑계 많은 부모들은 보통 그렇게들 하지를 못하지요. 그래서 그림책이라든가 동화책으로 '2차원 학습'만을 시키곤 하지만 어쩐지 허전합니다. 너무 수동적인 교육방법 아닐까, 아이에게 어떤 '감각'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거든요. 이런 고민을 해봤던 엄마아빠들에게, '장승업'은 조금 다른 그림책으로 다가올 겁니다. 오원 장승업은 널리 알..

딸기네 책방 2003.10.07

필립 아리에스, '아동의 탄생'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문지영 옮김. 새물결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역사학과 지리학, 인구학을 전공한 저자 아리에스는 주로 `인간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정치에 편중된 왕조사(王朝史)가 아니라 유럽 중세에서 이어져오는 민간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내는 섬세한 시각 때문에 그의 저서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읽힌다. 국내에서도 `사생활의 역사'(새물결) 시리즈가 TV의 독서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출간됐지만, 그의 대표작인 `아동의 탄생'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것은 1973년이었다.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극성스런 부모 세대들이 아이 교육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어린이에 대한 `신화'들이 기승을 부릴 무렵이었다. 그런..

딸기네 책방 2003.09.23

우주의 발견- 우주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안내서

우주의 발견 Don't Know Much about the Universe (2001)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은이) | 이충호 (옮긴이) | 푸른숲 | 2003-09-05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 작가나 공 대신 로켓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어린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7월 쌍둥이 화성탐사선 오퍼튜니티호를 발사했다. 이 우주선이 발사된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는 가히 우주탐사 1번지라 해도 된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와 챌린저호, 화성에 착륙했던 패스파인더호, 우리나라의 무궁화1호 인공위성 등이 모두 이 곳에서 발사됐다. 유럽도 지난 6월 자체적으로 `화성특급' 비글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화상탐사선을 내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