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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 과학이 신화를 만나는 방법.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그리스인들이 에트나 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 즉 어머니산이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경작을 계속하면 땅은 산성이 되어 황폐해진다. 이때 사람들은 논밭에 석회를 뿌려 땅을 중화시키는데, 이 지역에서는 화산재가 그 역할을 한다. 화산재가 바로 석회이기 때문이다. 즉 에트나 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햇볕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하늘로 날아간다면, 주변 공기는 점점 식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카로스 이야기를, 뭘 모르는 선조들이 만들어낸 넌센스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이카로스의 날개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

[스크랩] 극단의 생명

극단의 생명 The Outer Reaches of Life (1994) 존 포스트게이트 (지은이) | 박형욱 (옮긴이) | 들녘(코기토) | 2003-05-06 퇴비더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식물성 유기물질의 파편들은 '청소부'라 불리는 민달팽이 등의 연체동물과 진균류, 호기성 세균, 벌레 등에 먹히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더미 안의 산소는 소진되어버린다. 이 때에도 퇴비 더미의 표면에서 1-2 센티미터 정도까지 외부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내부에는 거의 모든 산소가 사라진다. 따라서 벌레와 연체동물들은 산소가 더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호기성 세균과 진균류는 휴지상태에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 무산소성 생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유기물질의 파편들과 섬유소, 전분, 단백질 등 여..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들

떠돌이 개 Un Jour, un chien 가브리엘 벵상 (지은이) | 열린책들 | 2003-04-20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단편적으로 접해보기는 했는데,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다. 쓱쓱 질러나간 선 속에 개 한 마리가 있고, 길이 있고,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오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의 마음'이 돼버렸다. 마치 내가 저 떠돌이개가 된 듯이 외톨이가 됐을 때의 막막함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이방인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그림책은 많지만, 뱅상이 보낸 개 한 마리가 가져다준 정서는 색다르다. 따뜻하다. 뱅상의 시선 언저리에는 따뜻함이 깔려 있다. 무슨 모험이 일어날까, 몇페이지 밖에 안되는 그림책을 넘기면서 두근두근 긴장되더니 어느새 마음이 따사롭게 풀려 있다. 거대한 알..

딸기네 책방 2003.05.11

[스크랩] 장정일, '삼중당 문고'

삼중당 문고 장정일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 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 먹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내려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

딸기네 책방 2003.05.10

케이스 데블린, '수학의 언어'

수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Mathematics (1998) 케이스 데블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해나무 | 2003-05-06 대체 수학이라는 것은 어떤 학문일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미적분 공식은 대학입시만 치르고 나면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수학이나 과학전공자가 아니라면, 고교 졸업 뒤 10년이 지나서 함수를 계산하고 사인 코사인 곡선을 그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동안, 4칙연산을 제외한 '고난이도' 수학 문제를 풀 일은 다시 없을 수도 있다. '수학의 언어'라는 책의 제목만 보면, 대체 이 책이 수학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 것인지 감(感)이 잘 오지 않는다. 저자는 '수학은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

[스크랩] 라이너스 칼 폴링과 몇몇 과학자들의 이야기.

제임스 왓슨이 폴링에 대해 쓴 글이다. 에 실려있다. 희한하게도 다른 글에는 모두 저술 연도가 있는데 이 글에만 연도가 붙어있지 않아 언제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때 우러러보며 마음 속 경쟁상대로 삼았던 폴링을 왓슨은 어떻게 봤을까.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 1931년 나이 서른 살에 오리건 출신의 라이너스 폴링은 자신이 세계 최고의 화학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이한음의 번역은 가끔 이렇게 삑사리가 난다 -.-). 동의하지 않던 다른 화학자들도 10년 뒤에는 그 점에 동의했다. 그들은 유럽 이론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양자역학을 그가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폴링이 1939년에 쓴 명작 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화학책이었으며, 성서와 같은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젊은 교수..

제임스 왓슨, 'DNA를 향한 열정'

16세에 미 시카고대학 조기입학. 25세에 놀라운 발견을 해내다. 34세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과 하버드대 교수 역임. '천재는 불운하다'는데, 이 과학자의 삶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 명단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다음 급으로 이름을 올려놓을 만한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염색체(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짧은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왓슨은 자신에게서 시작된 '유전자 논쟁'들에서도 싸움 붙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과학계의 논쟁에서도 언제나 중심에 서있었던 그가 자신의 입으로 과학을 향한 열정과, 발견의 뒷얘기들을 털어놓는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과학책들도 드문드문 있었는데, 날씨가 나..

별난 과학책 두 권- '양자 나라의 앨리스'와 '텔로미어의 모자'

양자 나라의 앨리스. 로버트 길모어 지음. 해나무 텔로미어의 모자. 모리카와 유키히토. 달과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문과 쪽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은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심사가 뒤틀리고 콤플렉스가 가동을 한다. "빛은 어떻게 `파동'인 동시에 `입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질량과 에너지가 두 얼굴의 같은 존재라니, 통 뭔소린지." 과학적 상상력의 부재를 탓하며 머리를 칠 필요는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신은 주사위놀이(확률 게임)를 하지 않는다"며 격분했고, 양자역학의 아버지라는 닐스 보어조차 "양자론을 생각하면서 혼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니까.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는 앨리스가 돌아다니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Year 501, The Conquest Continues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은이) | 오애리 (옮긴이) | 이후 | 2000-03-01 오래오래 붙들고 있다가 오늘에야 뗐다. 하도 오래 붙잡고 있다보니 군데군데 포스트잇 붙여둔 페이지를 펼쳐봐도, 대체 왜 붙여놨는지를 모르겠다. 다만 번역은 참으로 훌륭하다. 때문에 열받았던 생각을 하면-- 실은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이 지금 내 옆에 앉아계시다. 아주 좋아하는 선배인데, 오늘 선배에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읽기조차 힘든 걸 어떻게 번역을 하셨나요." 현채가 이 책 읽고 번역 좋다고 칭찬한 이유를 알겠다. 오늘날까지도 아이티 학생이라면 누구나 루베르튀르가 프랑스로 끌려가면서 남긴 마지막 말을 암송한다. "내가 ..

딸기네 책방 2003.04.16

오랜만에 읽은 '작은 책방'

작은 책방 The Little Bookroom (1955) 엘리너 파전 | 에드워드 아디존(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전에 바람구두님과 엘리너 파전 얘기를 하다가, 생각난 김에 선배에게 빌려 다시 읽어봤다. 어린 시절 그 느낌은 별로 살아있지 않았다. 먼지 쌓인 다락방 냄새가 나는 듯했던 그 서문의 감상은 그동안 숱하게 되새겨 봤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기대했던 의 느낌이 예전같지 않아 섭섭했다. 물론 다시 읽어도, 줄거리만으로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우리말 다듬기 이오덕'이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말을 너무 다듬어서일까. 아이들용--당연한거지만--의 친절한 존대말투가 오히려 감정을 퇴색시킨 것 같다.

딸기네 책방 200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