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은이) | 효형출판 | 2001-01-20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교수가 일간지에 썼던 과학칼럼들을 모은 것인데,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조금씩 재미있게 읽었다. 저널에 실리는 글들이 재미는 있지만 정작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최교수의 글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 중에 글 잘 쓰는 두 사람이, 최재천 교수와 모씨라고 하는데 그냥들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에게건, 동물에게건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정말 본받을 일이고, 또 힘든 일이기도 하다. 최교수의 글은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 모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세상의 일에 대해서도 안타까움과 연민, 애정을 듬뿍 보낸다. 해마다..

[스크랩] 탱고를 통해 본 아르헨티나 사회

라틴 아메리카, 영원한 위기의 정치경제 이성형 (지은이) | 역사비평사 | 2002-09-25 [스크랩] 탱고를 통해 본 아르헨티나 사회 눈빛들의 대화 1997년 어느날 밤, 산 텔모의 탱고 바에서 난 눈빛에서 흘러나온 에로티시즘을 처음 만났다. 그래 탱고도 ‘엿보기’야, 관음증 환자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게임이라고! 난 두 번째 찾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얻은 발견에 흥분했다. 가장 에로틱한 부분은 허리 아래나 몸놀림이 아니라 10대의 두 무용수가 서로 교환하는 교태스런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홀렸을까? 그날 난 동료들과 포도주와 반도네온의 흐느낌에 빠져들었다. 동네사람들이 찾는 로컬 바에 동양인들이 자리를 뭉개고 있는 것이 이상했던지 일행 중 누가 나와 노래를 한 곡 하라고 한다. 피아노, 반도네온,..

딸기네 책방 2003.06.19

신대철, '그냥 돌이라고 말하려다'

(바람구두님 홈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냥 돌이라고 말하려다 신대철 "산책 좀 합시다" 고비 노인이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다, 사막에서 무슨 산책을? 사막에도 갈등이? 하고 말하려다 나는 흔쾌히 따라나선다, 걸어서 한시간 삼십분, 낮을 대로 낮아진 구릉들 흐르다 문득 사라진 곳에 검푸른 바위들 반들거린다. "운석입니다, 별똥별이지요,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여길 산책하고 나면 살아가는 일이 신비롭습니다, 여기선 무엇이든지 들립니다" 무엇을 들었지요? 하고 물으려다 구릉 사이 분지형 바위들을 가리키며 성소 같군요 했다, 내 얕은 탐석체험에 의하면 이 바위들은 경도 5도쯤 되는 변성암이고, 그의 신비체험에 의하면 생의 비의가 서린 바위 이상의 장소이리라, 그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혼자 얼마나 많은 ..

딸기네 책방 2003.06.18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고, 그동안 재미나게 읽었던 매트 리들리의 이 모두 이 책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정작 도킨스의 '획기적 이론'(발표 당시)은 아주 낯익게 다가와버렸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은 수긍이 가고,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 정작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뜬금없다 싶었다. 동식물(개체)은 '이기적인' 유전..

[스크랩] 권태로운 애륜에게 주는 글

bbs에 몹시 권태로운 글을 남겨놓은 애륜을 위하여. 퍼다놓은 글이 상당히 길다. 그렇지만 진정 권태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주아주 권태롭게 이 긴 글을 끝까지 한 단어 한 단어 읽어보길 바람. 스크롤바 주르륵 내려서 밑에 쪽에 과연 재미난 것이라도 있나 염탐하지 말고, 차근차근 읽어보기를. 먼저 올리는 글은 시인 이상의 '권태' 라는 에세이다. 이 글을 읽는 '방법'이 있다. 뭐냐면, 아주 권태로울 때, 아주 아주 천천히 읽는 거야. 권태롭지 않은 사람이라면, 권태의 나락을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고, 또 한줄 한줄 천,천,히, 읽어내려갈 마음의 여유도 없을 거다. 이 글을 읽을 때에는 그야말로 천천히, '나의 권태를 남의 권태로 죽이러간다'는 심정으로 곱씹어야 한다. 상상의 나..

딸기네 책방 2003.06.15

[스크랩] 마법의 도시, 탕헤르 -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김화영 (옮긴이) | 현대문학 | 2004-04-17 탕헤르에서의 회식 미셸 투르니에, 중에서. 우리들 주위로 백악질의 야산에 층층이 쌓아올려진 도시 탕헤르가 그 수많은 창문에 불을 켰다. 지평선 저쪽에는 지브랄타르 바위 위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오른쪽에는 지중해의 고요한 물 위로 달이 떠올랐다. 왼쪽에는 마지막 석양빛이 잠겨드는 대서양의 거친 물결. 에드몽 샤를로가 알제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그가 겪은 그 수많은 지진들, 특히 그 자신은 기억도 할 수 없지만, 그의 부모가 정원에서 져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이 무너져 어린 그의 요람을 덮쳤던 첫번째 지진 이야기를 막 들려주었다. 그는 또한 구름 떼처럼 몰려들던 마지막 메뚜기떼들의 재난도 경험..

딸기네 책방 2003.06.15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거인의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은이) | 구자현 | 홍수원 (옮긴이) | 중심 | 2003-05-30 이 사람의 글이 너무나 좋습니다. 요새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원래는 과학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인데 어느새 재미가 들린 거죠. 괴상한 과학자 소개라든가, 물렁물렁 과학 따위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학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다룬 책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大家)는 통한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외로운 여행자'라 불리웠던 20세기 최고의 지성. 사람들은 보통 그를 ‘뇌가 쪼글쪼글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오죽하면 우유 이름이 아인슈타인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그는 사상가이고 철학자였습니..

우주의 점

우주의 점 | 원제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2002) 재너 레빈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 한승 우주에 대한 얘기인데. 우주론을 위상수학과 연결했다나. 해설에는 그렇게 써있다. 좋아하는 책 '무.영.진공'의 저자인 존 배로 얘기도 나오고, 로저 펜로즈니 스티븐 호킹이니 하는 유명한 과학자들 얘기도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만은 이해해주세요" 평생 딸이 하는 일을 궁금해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과학자인 딸이 편지를 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편지에서 글재주 많은 딸 재너 레빈은 자기가 하는 연구를 비롯해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기본개념들을 설명한다. 재너 레빈이 하는 얘기 중에서 정작 과학 얘기는 하나도 ..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케자와 나츠키 (지은이) | 모토하시 세이이치 (사진) | 달궁 | 2003-05-07 아주 가까운 시절의 일인데도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기억의 조작' 내지는 '강요된 망각'인지도 모를, 그런 일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케자와 나츠키(글)와 모토하시 세이이치(사진)가 전해주는 이라크의 풍경은, 불과 몇달전의 모습인데도 마치 오래 지난 옛날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의 감상은 그냥 책장을 넘기는 다른 독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내게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티그리스강에서 배를 띄워놓고 노는 아이들, 고대유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 시장통 사람들, 아주 일상적인 스케치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어쩌면, 똑같은 풍경이 ..

딸기네 책방 2003.06.03

[스크랩]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입니다. 모처에 실린 것을, 너무 아름다워서 퍼왔습니다.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세요. :)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내가 다섯 살 때 육군 중령이었던 할아버지는 아라까따를 지나고 있던 서커스로 나를 데려가 동물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몸이 뒤틀리고 쓸쓸해 보이던, 무서운 엄마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말이었다. “그건 까멜요(낙타)야.” 할아버지가 말했다. 곁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대령님.” 그는 말했다. “그건 드로메다리오(낙타)입니다.” 손주 앞에서 지적을 당한 할아버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지금 나는 짐작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위엄있는 질문으로 이를 이겨냈다. “차이가 뭐요?” “모릅니다.”..

딸기네 책방 2003.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