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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유로 2020과 유럽의 정치적 풍경

7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로(UEFA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2020 4강전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덴마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하루 전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이탈리아와 11일 저녁 맞붙게 된다. 영국은 축구 종가를 자부하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프로축구 리그로 유명하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그동안 월드컵과 유로에서 거둔 성적은 종주국의 명성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월드컵의 경우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것 말고는 결승에 올라간 적이 없다. 유로에서는 1960년 첫 대회가 시작된 이래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두 메이저 대회에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은 무려 55년만이다. 7일 경기 ..

[추천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직접 만드는 게 답

10년 후 미래를 바꾼다는 것 ‘질병X disease X’에 대비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2018년에 나왔다. 지카, 에볼라, 사스에 준비 없이 당한 인류가 미래의 유행병에 맞서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질병X’,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우리는 또 속수무책이었다. 어제의 교훈은 오늘을 바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일은? 코로나27, 코로나39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대신 우리의 의지로 10년 후를 만들 수 있을까? 2015년에 출간된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만들 미래 점점 나빠지는 세상,..

[책 소개]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출판사 책소개]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의 세계에 서서, 인간과 비인간, 지구의 공존을 꿈꾼 사람들의 24가지 말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나선 여성,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질곡과 몸의 장애를 끌어안으며 전쟁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자고 호소한 사회주의자, 명분 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기를 파괴하는 활동을 조직한 가톨릭 사제가 있다. 지금은 ‘내전’과 ‘난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리아를 오랫동안 좀먹은 독재 정권과 억압적인 질서의 실상을 자신이 쓴 시들로 폭로한 망명 시인이 있고, 여섯 자녀 중 다섯을 ‘애버리지니 보호위원회’에 도둑맞은 아..

[경향 서평]<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배제와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들

배문규 기자 2020.12.03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구정은, 이지선 지음 | 후마니타스 | 392쪽 | 1만8000원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노르웨이 노동당 청년동맹의 어느 소녀가 한 말) 는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나고, 온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책이다. 책에는 알려진 혹은 조금은 낯선 2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어렵다. 도처에서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 그리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

[한겨레 서평]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내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 뒤를 결정할 기술 변화와 인간, 그리고 정치 비관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서 ‘가느다란 낙관’ 찾기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구정은·이지선 지음/추수밭·1만6000원 전대미문, 사상초유, 미증유…. 이뿐인가. 공전, 파천황, 희유, 희대, 전무후무…. 언론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있어 본 적도 없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다. 당대 사건과 사물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데 이용된다. 전대미문에, 사상초유란 없다. 이미 예비되어온 일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밖에도 인간 역사에는 인류를 몰살 직전까지 몰아붙인 질병과 전쟁, 참사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구정은의 '수상한 GPS'] 열파(heat wave)에 덮여가는 지구

캐나다와 미국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북서태평양 열파(Western North America heat wave)라 부르는 현상이다. 예년 6월의 평균 기온을 11~19도 웃도는 기온에, 캐나다의 경우 6월 말까지 103곳에서 최고 기온 기록이 생겨났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고온현상이 확장되고 있고,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6월 29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라이튼 지역 최고기온은 49.6도. 캐나다 역사상 최고치다. 6월 27일 46.6도, 28일 47.9도에 이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캐나다 최고기온일뿐 아니라 세계의 북위 45도 이상 지역에서 역사상 관측된 최고기온이라고 한다. 이 지역뿐 아니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곳곳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겼고 ..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계에 대한 책들

의 두번째 책을 내기 위해, 뭐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사람 대신 일하는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 재작년.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지라,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읽지 않았고 개념 차원에서 뭐랄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책들과 개론서들입니다. 리뷰는 역부족이고 스크랩이라도 좀 해놨으면 좋으련만 정리를 너무 안 해둬서 아쉽네요.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맥스 테그마크의 . 재미있어요! 이해하기 쉽고, 정리도 잘 돼 있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이 책을 거의 제일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비롯해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란 보수파 라이시 당선...핵협상은?

18일 실시된 이란 대선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당선됐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정책을 이을 중도-개혁파 후보는 참패했고 강경 보수파 라이시가 8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재개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로하니 정부의 협상 기조에 반대해 보수강경파 후보를 택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19년 이란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연료보조금을 없앤 것이 계기가 됐지만 그 밑에는 경제사정이 깔려 있었다. 2015년 이란은 미국 등 6개국과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라는 이름으로 핵합의를 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다시 제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이란의 경제난이 더 심해졌다. 당연히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많겠지만..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미래는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욕심인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 놀라운 뉴스, 혹은 비극적인 사건이 눈과 귀로 날아드는 시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어설프게나마 짐작해 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질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날 것인지,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10년 후 세계사》에서 코앞으로 닥친 변화들 몇 가지를 짚었다. 정규직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산업의 현실과 점점 커지는 격차 문제를 다뤘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와 민주주의의 쟁점들, 무한경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