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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접종이 통행증? '백신 여권' 도입 움직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여러 나라에서 시작됐지요. 그러자마자 ‘백신 여권’ 얘기가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이 25일 화상 정상회의를 하면서 백신 여권을 논의했습니다. 한 마디로, 백신 접종 증명을 내놓는 사람들부터 입국을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혹은 수속을 빨리하는 식으로 혜택을 주겠지요. 접종 증명서가 여권처럼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백신 여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U의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회의 뒤 “아마 여름 전에는 디지털 백신접종 증명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적인 준비에 석 달 정도 걸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EU 밖의 사람들도 유럽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접종이 곧 유럽에 들어가는 통행증이 되는 겁..

강희정, '아편과 깡통의 궁전'

지인의 책을 선물받으면 '읽고 나서 반드시 후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받는 순간에 감이 왔다. 아주 재미있을 게 분명하다는. 어머, 이건 내가 꼭 읽어야 해! ㅎㅎ 그런데도 오랫동안 꽂아놓고만 있다가 얼마 전 '화교 이야기'를 읽고 책장에서 꺼내들었다. 강희정 선생의 (푸른역사)은 굳이 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전문적이고, 조금 더 학술적이다.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라는 세 흐름을 아편, 깡통, 고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분석해 동남아시아 화교의 역사를 그려낸다. 주된 무대는 말레이시아의 페낭이라는 작은 지역이지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라는 넓은 지역이 페낭을 중심으로 한 화교 역사의 지리적 배경이 된다. 영국의 식민주의, ..

딸기네 책방 2021.02.22

리몬치키 limonchiki

리몬치키. limonchiki. 이번 명절에 건진(?) 음악. 실은 그렇게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내가 '얄라 클럽(Jalla Club)2' CD를 가지고 있은지는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에서인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그 CD를 샀고, 앞부분 Bella Ciao만 늘 들으면서 뒷부분 다른 노래들은 통 듣지를 않았다. '얄라클럽'은 유럽의 월드뮤직 DJ 페스티벌. 음반이 이것 말고도 여럿(1, 3은 확실히 있다!) 더 나와 있다. 어쩌다 보니 이른바 '월드뮤직' 취향이 되어서, 집에 그런 CD들이 좀 있다. 그 가운데 아프로쿠반과 켈틱은 근 20년을 들어온 것들이고(특히 추초 발데스와 치프턴스!!!) 몇해 전 대만 여행에서 사온 대만 원주민 고산족 음반 하나, 카에타누 벨로주의 음반도 꽤 자주 ..

[구정은의 '수상한 GPS'] BBC 차단해버린 중국

중국의 언론 통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더 심해지면서 서방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번엔 영국 BBC방송을 차단했네요. BBC방송은 영국 공영방송이고, 세계에서 공익성과 신뢰성으로 영향력이 큰 매체죠. 그런데 중국 정부가 지난 11일 중국 내에서 BBC월드뉴스 방송을 금지해버렸습니다. BBC 측이 웹사이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문제삼은 것은 서부 신장위구르 자치지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관한 보도였다고 합니다. 위구르는 중국 서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죠. 터키어 계통의 언어를 쓰고요. '소수민족'이라고 해도 숫자가 1200만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살고 있는데, 동투르키스탄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 때문에 계속 중국..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탈리아의 '수퍼 마리오'

이탈리아 총리가 바뀔 모양입니다.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각을 새로 구성하겠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와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소식만으로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올라갔다고 하고요.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돼야 합니다. 원래는 그렇습니다. 의회에서 어느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당 대표에게 내각 구성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총리가 결정됩니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도 허수아비는 아닙니다. 연립정부가 붕괴될 경우에는 '내각 구성권'을 누구에게 줄 지, 즉 차기 총리를 누구로 할지를 대통령이 결정합니다. 이탈리아 의원 수는 현재 상원 32..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시아...김종호의 <화교 이야기>

세상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이정희 선생의 를 정말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국 화교의 역사뿐 아니라 몰랐던 한국의 근대 자체를 새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화교의 역사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두루 훑게 해준다. 책 만듦새가 학교 교과서 같고 어딘가 약간 촌스러운(?) 느낌도 좀 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어찌나 재미있는지 그 촌스러움을 다 까먹었다. 아편 자본은 다른 동남아 대량 물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해 주는 자금원이기도 했다. 주석, 고무, 후추, 갬비어, 금, 쌀 등이다. 아편자본을 바탕으로 중국인 상인이 각 항구도시에서 항로를 개설하고, 부동산제국을 세우고, 공장 및 은행 등 각종 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아편자본의 활용을 통해 아시아의 거대도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딸기네 책방 2021.02.01

[구정은의 '수상한 GPS'] 푸틴이 위기를 맞을까

러시아가 시끌시끌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주 곳곳에서 열렸다. 70여개 도시에서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는가 하면, 민주화를 요구하는 진영에서는 100곳이 넘는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작년 여름부터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프스크 등에서 반푸틴 시위가 잇따랐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추진한 개헌안에 반대한 시위도 있었고,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를 잡아가둔 것에 항의하는 시위도 있었다. 어쨌든 극으로 치닫는 푸틴의 권위주의와 억압통치에 대한 반발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주 시위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스부르크 같은 대도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해 보인다. 시베리아의 야쿠츠크에서는 영하 53도의 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팀 매킨토시-스미스, '아랍'

"14세기 전반기는 모든 것이 움직이는 드문 시기였다. 십자군 원정은 끝났고, 타타르족은 길들여져 이슬람을 받아들였으며, 세계는 그물망처럼 얽혔다. 킵차크 튀르크족 노예였던 아버지를 선왕으로 두고 이집트와 시리아를 다스렸던 맘루크 술탄은 칭기즈칸의 후손이며 중국 원나라 황제의 사촌이자 이라크와 페르시아를 다스렸던 젊은 타타르족 일 칸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었으나, 일 칸의 다른 사촌인 킵차크 칸의 딸과 결혼했다. 킵차크 칸은 비잔티움 황제의 딸과 결혼했는데, 황제의 서녀 한 명은 트레비존드의 황후였고, 사보이의 안나가 낳은 적녀 두 명은 각각 불가리아 왕자와 제노바의 귀족과 결혼했으며, 그 제노바 귀족의 계모가 ‘브라운슈바이크의 경이’라 불렸던 헨리 공작의 딸이었다. 혼인이 맺어졌고, 돈도 그랬다. 동서 ..

딸기네 책방 2021.01.28

[구정은의 '수상한 GPS'] 정치폭력의 역사에 눈감아온 미국

정권교체를 앞둔 미국이 연일 시끄럽다. 의회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사당에 난입했다.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방위군이 투입됐고 의사당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의사당 부근에서 사제폭탄까지 발견됐다. 어쨌든 7일 새벽 각 주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인증되고 바이든은 제46대 대통령 당선자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졌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이후 검거작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명백히 트럼프 본인이 부추긴 폭력사태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전부터 거듭해서 선거부정 음모론을 퍼뜨렸고, 자신이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자 결과에 불복하라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

마이클 돕스, '1945'

1945 From World War to Cold War 마이클 돕스. 홍희범 옮김. 모던아카이브 정말 길고 자세하다. 너무 상세해서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잼나다. 철도교차점은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 북서쪽에 있었다. 러시아 측 전선에서 110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떨어진 이곳에는 소련군의 진격을 피해 도망친 피난민들이 들끓었다. 러시아인들을 놀라게 한다는 목적은, 오래된 작센 주 주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순수한 군사적 고려만큼이나 중요했다. 드레스덴 공습은 얄타회담 이틀 뒤인 2월 13일 저녁에 실시됐다. 영국 공군이 먼저 오후 10시 14분에 도심부를 고폭탄 500톤과 소이탄 375톤으로 융단폭격했다. “엘베강의 피렌체”로 알려진 이 바로크 시대 도시의 심장부가 불길에 휩싸..

딸기네 책방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