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2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 운하가 막히면? 이집트의 무기, 수에즈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멈춰버렸다. 에버기븐(Ever Given)이라는 컨테이너선이 23일 오전(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했다. 2018년 건조됐으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선박이다. 소유주는 쇼에이키센이라는 일본 회사이고 배를 실제로 운항하는 용선사는 대만 에버그린이라는 업체이며, 선적은 파나마로 돼 있다. 배는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는 중이었다. 폭 59m, 길이 400m, 무게 22만4000톤. 무려 컨테이너 2만개를 싣고 다니는 거대한 배다. 미국 언론들은 이 배를 세로로 세우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라고 보도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선체가 항로를 이탈했고 바닥에 충돌한 것으로 선사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뱃머리 한쪽은 제방에 박혔고 한쪽은 반대쪽 제방에 걸..

[구정은의 '수상한 GPS']무루로아, 프랑스가 숨긴 핵실험 피해

“1966년 7월 2일, 무루로아 Mururoa 환초는 산산조각이 났다. 믿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폭발과 함께. 몇 초 만에 열대의 파란 하늘은 밝은 오렌지빛 섬광으로 물들었고 방사성 버섯구름이 대기로 치솟았다. 평화롭던 석호는 격렬하게 들끓었고 백사장의 코코넛 나무들은 폭발의 위력으로 구부러졌다.” 1966년의 그 날, 프랑스는 무루로아 환초에서 대기 중 핵실험을 했다. 위에 옮겨놓은 것은 뉴질랜드의 환경단체 아오테아로아 평화운동 Peace Movement Aotearoa이 2020년 그날의 풍경을 재구성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실험에 대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샤를 드 골 Charles de Gaulle은 “아름답다”고 말했다고 한다. 무루로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환초다. 폴리네시아 사람..

[구정은의 '수상한 GPS']미얀마, 되풀이되는 독재와 저항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선거부정이 벌어졌다며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죠. 정부 고문으로 사실상 국가 지도자였던 아웅산 수지 여사는 감금됐고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계엄통치에 들어갔으나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됩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시위대의 소식들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최소 54명이 숨졌다며 군부에 "살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유엔 인권사무소가 확인한 수치일 뿐이고 실제로는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합니다. 3일 하루에만 38명이 군..

[구정은의 '수상한 GPS']접종이 통행증? '백신 여권' 도입 움직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여러 나라에서 시작됐지요. 그러자마자 ‘백신 여권’ 얘기가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이 25일 화상 정상회의를 하면서 백신 여권을 논의했습니다. 한 마디로, 백신 접종 증명을 내놓는 사람들부터 입국을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혹은 수속을 빨리하는 식으로 혜택을 주겠지요. 접종 증명서가 여권처럼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백신 여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U의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회의 뒤 “아마 여름 전에는 디지털 백신접종 증명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적인 준비에 석 달 정도 걸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EU 밖의 사람들도 유럽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접종이 곧 유럽에 들어가는 통행증이 되는 겁..

[구정은의 '수상한 GPS'] BBC 차단해버린 중국

중국의 언론 통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더 심해지면서 서방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번엔 영국 BBC방송을 차단했네요. BBC방송은 영국 공영방송이고, 세계에서 공익성과 신뢰성으로 영향력이 큰 매체죠. 그런데 중국 정부가 지난 11일 중국 내에서 BBC월드뉴스 방송을 금지해버렸습니다. BBC 측이 웹사이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문제삼은 것은 서부 신장위구르 자치지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관한 보도였다고 합니다. 위구르는 중국 서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죠. 터키어 계통의 언어를 쓰고요. '소수민족'이라고 해도 숫자가 1200만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살고 있는데, 동투르키스탄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 때문에 계속 중국..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탈리아의 '수퍼 마리오'

이탈리아 총리가 바뀔 모양입니다.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각을 새로 구성하겠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와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소식만으로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올라갔다고 하고요.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돼야 합니다. 원래는 그렇습니다. 의회에서 어느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당 대표에게 내각 구성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총리가 결정됩니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도 허수아비는 아닙니다. 연립정부가 붕괴될 경우에는 '내각 구성권'을 누구에게 줄 지, 즉 차기 총리를 누구로 할지를 대통령이 결정합니다. 이탈리아 의원 수는 현재 상원 32..

[구정은의 '수상한 GPS'] 푸틴이 위기를 맞을까

러시아가 시끌시끌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주 곳곳에서 열렸다. 70여개 도시에서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는가 하면, 민주화를 요구하는 진영에서는 100곳이 넘는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작년 여름부터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프스크 등에서 반푸틴 시위가 잇따랐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추진한 개헌안에 반대한 시위도 있었고,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를 잡아가둔 것에 항의하는 시위도 있었다. 어쨌든 극으로 치닫는 푸틴의 권위주의와 억압통치에 대한 반발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주 시위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스부르크 같은 대도시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해 보인다. 시베리아의 야쿠츠크에서는 영하 53도의 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이 거리로..

[구정은의 '수상한 GPS'] 정치폭력의 역사에 눈감아온 미국

정권교체를 앞둔 미국이 연일 시끄럽다. 의회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사당에 난입했다.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방위군이 투입됐고 의사당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의사당 부근에서 사제폭탄까지 발견됐다. 어쨌든 7일 새벽 각 주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인증되고 바이든은 제46대 대통령 당선자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졌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이후 검거작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명백히 트럼프 본인이 부추긴 폭력사태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전부터 거듭해서 선거부정 음모론을 퍼뜨렸고, 자신이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자 결과에 불복하라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

[Q&A] 한국 선박 나포한 이란

-한국 선박이 이란에 나포됐습니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습니다. 이란 언론 보도와 이란 정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유조선이 환경 오염을 일으켜서 붙잡았다고 합니다. 나포된 선원들은 한국인, 인도네시아인, 베트남인, 미얀마인 등 20명이고 이란 남부 항구도시인 반다르압바스에 구금돼 있다고 합니다. 이란 측은 이 선박이 ‘반복적으로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고 밝혔으나 선사인 디엠쉬핑 쪽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끌려간 지점은 이란 영해가 아닌 공해인데다 환경오염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작년 1월에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미군이 이라크에서 살해했지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높아지고 한국군 청해..

[구정은의 '수상한 GPS']미리보는 2021년, 메르켈의 후임은?

코로나19 때문에 힘겨웠던 2020년은 가고 2021년이 왔습니다. 올 한 해 세계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난해는 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한 해였습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그려보지만, 2020년을 거치면서 한 해 예측이 이렇게 무의미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2021년의 가장 큰 변화는 누구든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정권교체이겠지요. 1월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대가 세계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습니다. 주로 악영향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바이든 정부의 출범이 세계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파리 기후..